휴식은 저항이다 - 시스템은 우리를 가질 수 없다
트리샤 허시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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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휴식'이라는 말은 이제까지 그저 좋기만한 단어였다. 학교 다닐 때는 쉬는 시간이 좋았고, 일을 할 때도, 육아를 할 때는 휴식은 좋기만 한 것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휴식'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가르쳐 준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트리샤 허시는 시인, 공연예술가, 신학자 등등 다양한 약력을 가졌다.
그녀는 가난한 흑인여성으로서 숨돌릴 틈 없이 노동하고 공부하던 중, 문득 자신이 과로문화에 깊이 세뇌되어 무자비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2017년 부터 집단 낮잠체험을 열며 휴식을 인간의 기본적인 신성한 권리로 바꾸는 데 애썼다.
백인중심의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흑인여성은 사회의 최약자이다. 원치않는 노동을 과도하게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성차별도 인종차별도 겪게 된다.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겪어 본 위치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부터가 어느 자본주의 못지않게 과로문화의 나라인지라 더더욱 이해가 된다.
그녀는 '몸은 해방의 장소이며 자본주의의 것이 아니니 몸을 사랑하고 쉬게하자' 고 말한다. 쉬어야 살아 남는다.
자본주의는 하층 노동자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기계로 여긴다. 그리고 그렇게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그것이 최선이고 올바른 길이라고, 나태하고 게으른 것은 죄악이며 이솝우화의 개미처럼 땀 흘리는 부지런을 우상화한다.

그런 자본주의의 이념에 맞서 노동자가 감히 쉬겠다는 것은 저항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저자도 '휴식은 저항이다' 라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간디의 비폭력 저항과 같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기에 쉬어야 하고 휴식해야 한다. 우리는 휴식하고 사람다워질 시간과 기회를 얻어야 한다.

이 책은 먼나라의 흑인여성이 쓴 글인데 우리나라 노동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가난한 나라에서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 남녀노소 모두가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강요 받았다. 실패하면 안 되고 부족하면 안 되는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았다.
그 덕에 먹고 살만 해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지치고 번아웃이 왔으며 비혼이 늘고 아이도 낳고 싶어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마음먹는다.
우리도 좀 쉬자.
휴식을 취하고 나를 더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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