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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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표지도 유쾌하고 발랄하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즐겁게 볼 수 있지만 오랫동안 메시지를 남기는 책!
저자 김준녕은 과학문학상 수상자이고 이 책에는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볼 수있는 sf 단편소설 9편이 실려있다. 하나같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

나는 9편 중, 특히 <에코카보니스트>와 <적정한 신뢰> 두 작품이 제일 재미있었고 기억에도 남는다. 이 두 작품을 위주로 내용과 메세지를 살펴보려 한다.

<에코카보니스트>
온실가스 방출이 인류에게 위협이 되어 5대 강력범죄보다 죄질이 더 나쁘게 된 세상이다.
모든 전기가 없어지고 맥주를 마시면 죄인이 되는 중세시대처럼 변했다.
사형선고를 받고도 스스로의 힘으로 하늘로 솟았다가 그만큼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한다. 발사된 포드가 내린 곳은 화성이고 거기서 만난 온실가스 발생 관리자는 화성을 위해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라고 한다.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는 작품이었다. 온실가스 방출이 중대범죄가 된 것이 미래의 우리 모습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른 별에서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기도 했고 그 곳 사람들은 그로 인해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같은 행동과 같은 물질이라도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존재가치가 달라진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한 해석도 시선에 따라 모두 다르다.
절대 진실이란 없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기준이 될까?

<적정한 신뢰>
이 작품도 '진실' 이라는 면에서 볼 수 있었다.
챗GPT 등장 이후, AI가 쓴 소설들이 쏟아지고 각종 문학상들도 간판을 내렸다. 사람이 쓴 것인지, AI가 쓴 것인지 아무도 믿지 못한다. 그나마 이름있는 작가들만 글을 쓰고 무명작가들은 글을 쓸 기회조차 없다.
AI의 발달은 인간 창작자의 작품이 있고 그것을 학습할 수 있어 가능했는데 더이상 인간이 창작하지 않자 AI도 위기에 놓인다.

믿음을 주기 위해 작가 지망생들은 종이와 펜을 들고 산에 가서 과거처럼 손으로 글을 쓰고, 글 쓰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인간창작확인센터 라는 것이 생기고 센터확인을 받아야 출판할 수 있다.

AI에 의해 인간의 창작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학생들이 과제를 스스로 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편리를 찾아 하나둘 일에서 손을 놓으면 그때는 진짜 인간이 모든 능력을 상실하여 일할 수 없고, 학습할 인간의 창작물이 없는 AI도 후퇴하겠지.
발전이 과연 발전인지? 이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실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두 작품 모두 현대 사회의 아쉬운 점에 대해 우려한다. 그리고 보이는 것 만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다시보기를 해보라고 권한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곳에 진실이 있다.
급격한 발전 속에서 인간들은 불안하고 두렵다. 스스로 어디에 기준을 두고 따라가야 할 지 혼란스럽다.
이 소설집은 그런 심정을 sf 라는 그릇에 잘 담아 읽는 사람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도록 쓰여져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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