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심너울 지음 / 한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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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과 화려한 표지로 시선을 끄는 이 책은 심너울 작가의 sf 소설집이다. sf소설의 장르를 보여주는 냥 참신하다.
나는 9편의 단편들 중 특히 두편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mbti는 과학이 되었는가>, <내 손안의 영웅, 핸디히어로>

<어떻게 mbti는 과학이 되었는가>
~2029년 고용노동부는 MBTI로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ESFJ는 영업직을 배정하고, INTP 는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켰다. 소득유형이 가장 높다는 ENTJ 는 학원이 생기기도 한다.

심리학 박사 마음은 대중 심리학의 상징인 MBTI를 증오하고 오류에 대한 글을 기고하곤 하지만, 왠일인지 그렇게 정해진 직업의 만족도와 실적이 높다고 나온다.
심리학 박사인 마음 역시 자신은 INTP이지만 ENTP가 되고싶어 할 만큼 mbti 세계의 룰에 흔들린다.

짧은 글이지만 유달리 대한민국에서 대유행중인 MBTI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다.
사람은 실제의 나와 이상적인 나 사이의 괴리를 느낀다. 마음이 ENTP가 되고 싶어하고 ENTJ 학원이 생겨나듯 말이다.
더구나 한국인들은 인간관계를 많이 의식하며 산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하고 싶은 데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을 때, mbti 는 나름 도움이 된다.
결국, 모든 건 인간의 욕망이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내 손안의 영웅, 핸디히어로>
~초능력 하나쯤 있으면 삶이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한번씩 해봤을 것이다.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초능력을 발현하게 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생겨나자 국가적으로 동사무소에 초인등록을 하고 관리한다. 기연도 공무원 시험 도중 초능력이 발현되어 전기방출능력 B0급을 받는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기연은 전업 초인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레벨은 낮고 기껏해야 다시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 3점 받는 정도의 가치다. 실생활에서 모든 능력이 평범하더니 초능력도 평범하다.
유튜브를 개설하고 밥벌이를 찾아 애쓰지만 이 바닥도 쉽지 않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초능력이 생겼다고 살길이 생긴 것처럼 기뻐한 취업 준비생이 또 다른 벽에 부딪히며 원래의 길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한마디로 '웃프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는 심금을 울린다.
"따지고 보면 진짜 초능력은 자본 아닌가 싶더라구요."

이 두편의 단편은 재미도 재미지만 우리 사회를 비추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다분해서 더 매력적이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다.
이런 것을 잘 표현하는 것이 심너울 작가의 능력이니 심너울 작가는 하루빨리 동사무소에 초인등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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