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라고 해서 꼭 진지하고 서정적일 필요는 없다. 사람이 살고 느끼는 것을 이야기함에 좋으면 좋다고 유머와 위트를 실어 말할 수도 있지. 신개념 카툰시집에는 만화와 유머가 있고 행복한 한 가정의 일상이 있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집이라니! 유쾌한 남편은 아내가 돼지고기를 닭이라고 해도 믿고, 살찌지 말라며 아내의 건강도 생각한다. 남편은 시집 내내 아내를 놀리지만 마치 좋아하는 여학생 주변에서 얼쩡거리며 놀려대는 초등학생같다. 머릿속에 온통 아내밖에 없다. 아이들도 아내앞에서는 무존재다. 아내의 잔소리는 때론 구속이지만 그것이 사랑이다. 성격좋고 붙임성 좋은 아내는 누구와도 금방 친해진다. 다 강해보이지만 벌레는 무서워하는 그녀는 사랑스럽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아내곁을 뱅뱅돌며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시로 남긴다. 집 변기는 왜 한번씩 막히는지, 배고픈 날에는 왜 그렇게 군대시절이 떠오르는지, 아내랑 같이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더 좋은 아이러니. 누구나 한번쯤 느껴보는 우리들의 하루하루이며 주변에서 자주 보는 소소한 부부의 일상이다. 투덜투덜 하며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지지 않는 부부의 이야기가 잼나서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더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시집 전체에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 인생을 관통하는 구절이 있다. "등산이랑 뱃살은 똑같아. 한번 처지면 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