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가면, 불이 꺼지고 오롯이 스크린에만 집중하게 한다. 자리를 떠서도 안 되고 잡담도 안 된다. 그 순간, 우리는 영화와 하나가 되어 그 세계로 들어간다. 그래서 영화를 본 날은 생각이 많아진다. 영화 속 인물과 사건속에 들어갔다 오면서 '나라면? ' 의 가정을 해보고, 지금 나와 비교도 해보고, 과거 어떤 시점을 떠올리기도 한다. 영화 좋아하는 저자는 관람 후, 유달리 생각이 더 많아졌던 77편의 영화를 꼽았다. 영화선정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영화 전문가의 추천으로, 또 그의 살아온 족적을 엿보는 심정으로 함께 그 영화를 추억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영화마다 마인드맵처럼 스케치하고 핵심을 요약해놓은 것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렇게 영화를 기억하고 남기는 구나. 77편 중에는 내가 본 영화도 있고 못 본 영화도 있지만 책을 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영화 + 에세이' 는 영화 학습서가 아니라 영화를 소재로 한 에세이라 그의 생각의 흐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했다. 그 생각의 흐름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면서 <이웃집 토토로> 가 생각나듯 여기저기 뛰어 다닌다. 세상 모든 예술은 아티스트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는 그것을 즐기는 자의 것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충분히 즐기며 행복하게 그 작품을 좋아한다면 성공이다. 소설을 영화화할 때의 해석도 그렇다. 소설가의 수많은 의도 중, 하나를 부각하여 영화가 될 수도 있지만 작가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 영화의 주제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예술이라는 장르의 매력이다. 나도 간혹 영화나 드라마의 한 대사와 한 장면에 꽂혀 생각의 나래가 끝없이 이어진 적이 있다. 그 생각 안에서 세상이 몇번이나 전복되고 소크라테스 저리가라의 개똥철학이 펼쳐지며 등장인물 속에 내가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수많은 의도 중, 내가 받은 영향은 추천영화 77편이 아니다. 저자의 영화 분석방식과 생각이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이런 생각으로 예술장르를 보고 느껴야겠다는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