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를 인류학적 측면에서 본 이 책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유형의 책이다. 과거든 현대든 미래 sf든 그 안에는 늘 인류가 존재하고 인간들이 그 세계를 만들어간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sf조차 실은 외계인류학이다. 이 책에서는 모두 10편의 sf 소설을 소개하고 분석한다. <솔라리스> 에서는 인간들의 기억을 읽어 과거의 인물을 똑같이 복제해 보낸다. 그들은 진짜 인간일까?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18살이 되면 한해동안 순례를 떠나야 하는 지구밖 가상의 마을이 있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자유의지로 선택했다. <블러드 차일드>박해를 피해 지구를 떠난 인류가 틀릭이 사는 외계행성에서 그들의 숙주가 된다. 숙주가 된 인간은 남자일지라도 일정기간 몸에서 틀릭을 키워 출산(?)한다. <시녀이야기>출산이 어려워진 시대, 오로지 고위급 남자들의 2세를 위한 자궁으로서 존재하는 시녀들의 이야기이다. 아내도 시녀도 인간으로써의 존중은 없다 <네 인생의 이야기>외계생명체와 조우하여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얻은 루이즈는 훗날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를 낳는다. 그녀의 자유의지로. <어둠의 왼손>한 몸에 양성을 다 가지고 있는 제3의 성을 논의한다. 성별 이분법에 관한 비판적 사고를 볼 수 있다. <타워>한국작가의 소설인 이 책은 674층의 거대 건물로 이루어진 타워형 도시국가 빈스토크 이야기다. 진보와 보수 이데올로기의 수평주의와 수직주의 갈등을 볼 수 있다. <킨>20세기 후반을 사는 흑인여성이 타임슬립으로 19세기 초, 미국으로 가서 노예제와 인간의 폭력을 다루었다. <빼앗긴 자들>냉전상황을 반영하는 국가체제인 우라스의 이야기와 오도니즘이라 불리는 아나키즘을 따르는 아나레스의 이야기를 병렬방식으로 다르는 소설이다. <파견자들>'지구끝의 온실' 을 쓴 김초엽작가의 또 다른 sf소설로 지구의 균류나 곰팡이를 닮은 범람체라는 존재가 지구표면을 장악한 세계를 묘사한다. 비록 이 중에서는 '시녀 이야기' 밖에 읽지 않았지만, 책들을 보면서 과거 sf클래식인 '1984' 나 '멋진 신세계' 가 떠올랐다. sf장르의 특성상, 작가는 미래를 예측하는 판타지를 통해 현재를 비판하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미래지만 그 안에 현재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지금 우리의 삶을 거울처럼 비춘다. 낯설게 보이는 모든 이야기들이 실은 우리의 이야기다. 읽고 생각하며 내 생각의 틀도 깨고 생각의 폭을 넓혀보자. 이제는 일상이 된 혁명적인 개념도 처음에는 '상상' 에서 시작되었다. 상상은 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