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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단독주택 -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 살아 보니
김동률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평점 :
드라마 "응답하라" 의 모든 시리즈는 다들 한 동네에서 서로의 집을 오가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지낸다. 심지어 최근이 배경인 드라마들도 주인공의 집이 단독주택이 많다. 주택이 주는 정겨움과 연결됨은 드라마가 구성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래도 단독주택" 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택의 사계절은 오롯이 눈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마당을 둘러보고 마실산책을 다니면 인간도 자연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과 풀들이 늘 함께 있고, 낯선 길고양이도 제집처럼 드나드는 곳이 바로 주택이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여름에는 곳곳에 잡초가 무성해지지만, 민들레도 잡초인 것을 아는가?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민들레는 일제강점기에는 우리 민족을, 민주화 시대에는 민중가요로 불렸다.
비가 쏟아지면 비를 보고 들으며 전을 부쳐먹고, 고등어를 구워 냄새가 퍼져도 부담스럽지 않다.
햇살 가득한 마당에 빨래를 널 수 있는 건 축복이다. 바람까지 솔솔 맞은 빨래는 사계절 실내건조 당한(?) 아이들보다 건강하다.
늦가을, 떨어지는 낙엽은 너도 나도 시인이 되게 만든다.
이제는 예전처럼 김치를 많이 먹지 않지만 그래도 북적거리던 김장날이 그립다면 주택에서는 가능하다. 김장독까지 땅에 묻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새하얗게 변한 겨울의 마당을 보며 난로에 밤, 고구마를 구워먹는 것도 낭만이다. 물론, 그 눈을 다 쓰는 건 힘들지만, 인간은 손바닥만 하더라도 발 디딜 땅이 있을 때,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나도 중학교때 까지 단독주택에 살았다. 집 뒤뜰에 토끼도 키우고, 병아리도 키웠다. 나무에 기어오르기도 하고 배와 무화과를 따 먹기도 했다. 마당을 뛰어 놀았던 경험은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래서 나보다 연배가 높은 저자가 주택에서 느끼는 마음에 공감이 잘 된다.
주택생활에 경험이 전혀 없는 세대라면 버킷 리스트로 한번쯤은 살아봤으면 한다. 그 시간 동안 겪은 경험들이 분명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