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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의 절반은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4년 8월
평점 :
소소한 일상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평소와 다른 곳에서 다른 것을 보고 느끼다 보면 미처 몰랐던 자신이 보이고 꽉 막혀있던 일상의 난제들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도 그랬다. 마미와 친구들은 서로가 서로의 삶을 부러워 하며 자신의 인생만 초라한 거 같아 우울했다. 그들은 모두 일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그때 맨 먼저, 마미가 용기를 낸다.
결혼 전부터 신혼여행을 뉴욕으로 가는 것이 꿈이였지만 해외여행은 커녕 여권조차 없던 마미는 휴가 날짜와 여행 경비에 압박을 받고 여자라는 이유로 발목을 잡히며 꿈의 여행을 미루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본 파란 캐리어에 반해 덜컥 구입하고는 혼자서라도 떠나기로 결심한다. 사실 인생에서 그런 '덜컥' 의 순간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다.
설레임과 도전으로 다가온 파란 캐리어는 마미에게 행복을 주고 다음 차례로 하나에에게 간다.
하나에는 매년 홍콩으로 3일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려 자신의 형편보다 과한 돈을 쓰는 스스로를 부끄러워 한다. 그러나 행운의 캐리어와 함께 한 이번 여행에서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반려자를 만나게 된다.
캐리어가 다음으로 찾아간 유리코와 유코 역시 여행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된다.
독자들은 캐리어와 함께 여행하는 이들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한다. 그들 모두는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고 그들의 고민과 걱정 역시 누구나 한번쯤 했던 것들이다.
여행은 꽉 막혀있는 인생의 탈출구 같은 것이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에서는 못 느꼈던 생각의 깊이가 여행지에서는 한층 깊어져서 예상지 못한 해결책을 주기도 한다.
뉴욕, 홍콩, 파리, 아부다비를 여행하는 동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꼬였던 일들이 개운하게 정리되어 친구들은 파란 캐리어를 '행운의 캐리어' 라고 까지 부른다. 그리고 캐리어는 돌고돌아 원래 주인 하루나와 함께 슈투트가르트로 유학도 간다.
마미가 첫 여행을 가는 날, 공항에서 두 여인이 나눈 대화가 있었다.
"꽃을 갖고 싶으면 꽃을 살 거고, 커피가 생각날 때는 커피를 마실거야. 대단한 꿈은 성취하기 힘드니까, 작은 소망들을 나 스스로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주기로."
나는 이 대화가 이 책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매순간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자. 그래도 가끔 힘든 순간에는 미루지만 말고 훌쩍 떠나보자. 그렇게 떠난 곳에서 행운도 찾아올 수 있고 돌파구도 얻을 수 있다. 결국, 행운의 파랑 캐리어는 파랑새처럼 가까운 곳, 우리 마음속에 있다.
내가 찾으려는 순간, 나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