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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에서 보낸 하루
김향금 지음 / 스푼북 / 2024년 8월
평점 :
경성은 일제 강점기 시절, 서울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식민지 지배를 받으며 기존의 문화와 신문화가 충돌하는 최전방 경성.
이 책은 1930년대 경성을 여행하며 독립운동의 현장과 근대문명의 장소를 거닌다. 하얀한복과 서구식 드레스, 소 달구지와 전차가 공존하는 그 곳 경성으로 가보자.
여행은 르네상스 풍의 반구형 지붕이 있는 경성역에서 시작한다. 일제가 만주, 러시아까지 잇기 위해 만든 기차역으로 근대의 기념비적 건축물이었다. 주변으로는 숭례문이 있고 우편국, 조선은행등의 신 건물들이 즐비하며 광화문을 없애고 조선총독부를 지어놓은 것도 보인다.
몰락한 조선사대부들의 집을 잘개 쪼개 개량한옥단지로 만든 북촌한옥마을도 볼 수 있다.
당시, 신문명을 접한 이들은 일본이 미우면서도 앞선 문명이 부러웠고, 조선을 사랑하면서도 뒤처진 수준이 진저리나게 싫었다.
신식교육이 들어왔지만 학교는 규율의 제국이었고 학생들의 인권은 없었다. 여성도 교육받았지만 대다수의 목표는 그저 현모양처였다. 그래도 조선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직업인 법관과 의사가 되려 그 시대에도 대치동 학원가 같은 거리가 있었다니 교육열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한 민족이다.
궁으로 만든 동물원인 창경원, 단성사의 무성영화, 양복점과 화신백화점, 명월관, 조선호텔 등등 겉으로는 근대화의 상징물로 보이는 건물들을 보이며 일제는 자신들을 미화했지만 그 시간에도 서대문 형무소에서는 수많은 조선인들이 고문당하며 죽어나갔다.
그런 상황들을 직시하는 당시 지식인들의 혼란스러움과 죄스러움을 볼 수 있는 자료들도 많다.
책에는 당시의 사진들과 자료들, 그림들이 기득해서 경성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게 해준다. 그 시기의 슬픈 역사를 알고 있어서일까? 아프고 애잔하다.
새로운 문명이 물밀듯 밀려오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마련인데 나라조차 없는 조선인들은 오죽했을까?
그래서 그 시절, 경성은 모순적인 공간이었다. 환희와 두려움이 공존하며 교차하는 곳이다.
문명의 변화를 거스를 순 없지만 적어도 이 시절 경성처럼 주권없이 맞이하는 비극은 없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경성에서 보낸 하루" 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