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적과의 동침"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책의 소개글에서 그 영화가 떠올랐고 절망에 빠져 빛을 잃은 줄리아 로버츠의 눈빛도 생각났다. 클레어는 오늘도 목에 난 멍을 화장과 스카프로 가린다. 정치, 문화계에서 유명한 쿡 가문의 남편 로리에게 폭력과 위협에 10년 넘게 시달렸지만 가문의 명예를 위해 이혼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를 벗어난 자유를 바라며 클레어는 실종계획을 세운다. 가짜 신분을 만들고 혹시 모를 협상을 위해 남편의 노트북 내용도 옮겨두지만 계획 당일, 남편의 일정이 바뀌면서 위기에 처한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이바와 서로 가려던 푸에르토리코, 오클랜드 비행기를 바뀌서 사라지기로 한다. 그러나 오클랜드에 도착한 클레어는 이바가 탄 푸에르토리코 행 비행기의 추락 소식을 듣는다. 설상가상으로 클레어의 비행기 좌석이 비어 있었다는 기사가 뜨고 로리는 클레어를 찾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비행기 추락 전, 이바가 누구였는 지와 현재 클레어가 어떻게 도주 생활을 하는 지를 병렬식으로 보여준다. 긴박한 전개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속으로 터져 이 소설은 무척 흥미롭다. 클레어 대신 비행기를 탄 이바가 마약 거래상으로 도피중이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클레어는 새로운 위기에 내몰린다. 클레어는 로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이바는 살아있을까? 죽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독자도 클레어의 자유를 응원하고, 이바의 생존을 바라게 된다. 세상 어느 곳이든 클레어와 이바처럼 막다른 곳에 몰린 인생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는 악당들이 존재한다.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오히려 족쇄가 되어 점점 더 옭아메인다. 그래도 어딘가에 정의도 구원의 손길도 있어야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까? 나는 'last' 라는 단어를 볼 때, 'never ending' 이 떠오른다. 마지막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