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가 변할수록 정신질환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환자는 급격히 늘어간다. 치료 가능한 신체적 질병은 많아 졌지만 정신질환은 더 심해지는 상황이 아이러니할 정도다.

이 책의 제목인 "내게 너무 낯선 나" 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이상하고 낯설어서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상태, 내가 나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레이철은 거식증을 앓았다. 6살부터 멋진 외모를 선망하며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부모와 떨어져 치료받자 부모를 만나기 위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사업과 커리어에 집중하여 살아온 레이는 우울증을 겪었다. 치료를 하면서 그는 지난 시간, 감정의 부재상태로 살아왔음을 알았다. 30년 넘게 복용한 약물로 효과를 본 건 아니었다.
어릴 적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바푸는 재산을 들고 혼인은 했지만 남편과 시댁에서 무시당하는 삶을 살며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그녀의 딸은 인도의 여성운동이 정신의학보다 여성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한다고 보았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흑인여성 나오미는 산후 우울증으로 쌍둥이 아들 둘을 다리에서 떨어뜨렸다. 가난하고 무시당하는 흑인의 삶을 살아 온 나오미의 삶에서 그녀는 아무도 믿지 못했다.
반면 미국 부유층이자 명문가 출생인 로라는 '최고가 아니면 별 볼일 없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다. 조울증과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으며 그녀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에서 오히려 위안을 얻었다. 자기 탓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다시 거식증에 걸린 하바를 보자. 살을 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섭식장애를 앓은 수십년간 좋은 삶에 대한 가치가 바뀌었다.

6인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정신질환이 사람마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에서 나타나며 그 해답도 모두 다름을 주지시켜준다. 지금까지 나온 정신의학 이론과 연구만으로 모든 이들의 상태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런 해결책도 치료법도 알지 못하는가?

나는 이 책의 의의를 하바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팀의 말에서 찾고 싶다.
"우리가 고통을 겪고 이겨내려고 애쓰는 걸 보고서 어떤 이들은 구원을 받는다"
정답은 없지만 정답을 찾아갈 수는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