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사키 토우야는 갑작스런 스노보드 사고 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그냥저냥 살아간다.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하던 어느 날, '리이의 맛있는 일기' 블로그의 주인인 사키무라 리이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녀는 앞으로 아흔두끼를 먹고 나면 죽는다고 한다. "여명백식" 이라는 병은 별다른 치료법 없이 그저 밥을 먹으면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데 남은 식사횟수가 백끼정도라 병명이 그렇다. 사고 후에 살아난 남자 토우야는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사는 데, 죽음을 코앞에 둔 여자 리이는 두려움 없이 살아간다. 그래서 이 만남은 시작부터 아이러니하다. 남은 날을 어찌 살아야 할지 모르는 남자와 정확히 아는 여자,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남자와 시간이 소중한 여자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맛집을 찾아다닌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함께해서 더 행복해지는 맛있는 음식들도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만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팬케이크, 돈가스가 올라간 와라지가쓰동, 오차즈케 등등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식을 찾아 다니는 여정 동안은 시한부 삶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즐겁다. 그러나 토우야는 조금씩 슬퍼진다. '너와 내가 함께하는 이유가 사라지면 어떡하지' 죽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다가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준다. 그리고 그동안 미루기만 하느라 누리지 못했던 많은 순간들을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은 늘 무섭다. 그러나 리이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남은 기간을 소중하게 보낸다. 맛있게 먹고 충분히 웃는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를 것이다. '여명백식' 이라는 가상의 병이 진짜 존재한다면 누구는 그 순간부터 마음의 병으로 명을 재촉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리이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한끼를 더 연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죽음을 받아 들인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어차피 한번은 다가올 죽음이라면 나도 리이처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정리할 수 있는 죽음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