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원제는 Pride and Prejudice 이다. pride 는 우리말에서는 자신감, 자부심 같은 긍정적인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이는 데 이 책에서는 오만 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포함되어 있다. 자신감과 오만은 결국 종이 한장 차이다. 자신감은 좋은 거지만 일정 선을 넘어가면 오만이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왜곡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책 내용의 전체를 의미하고 주제도 품고있다. 제인 오스틴은 영국이 사랑하는 여성작가이다. 심지어 버지니아 울프 조차 그녀를 자주 언급할 정도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훌륭하다. 여성작가가 전무하다시피 한 시기에,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랑과 결혼을 소설화 한 그녀는 오랜시간 사랑받아왔다. 영문학도 였던 나의 20대는 제인 오스틴의 영향력이 더욱 컸었다. 그리고 지금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니 새롭게 읽힌다. 결혼이 여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던 시절, 5자매를 둔 엄마는 딸들의 결혼이 가장 큰 관심사이자 본인의 존재이유이다. 그리고 딸들에게도 그렇다. 당시에 결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손가락질 당하며 초라하게 늙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녀들 역시 좋은 사람을 만나 아름다운 "사랑" 을 하고 싶다. 그러니 자꾸만 이리저리 따지고 비교하며 생각이 많다. 사랑을 찾으려는 본능과 막연한 불안감 사이에서 신중함과 헛발질로 왔다갔다 한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도 그렇다. 사랑할 시기의 남녀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늘 그렇다. 똑똑한 척 하지만 바보가 되어간다. 20대의 내가 엘리자베스를 가식적인 사람으로, 다아시를 잘난척 쟁이로 해석했던 것 처럼. 한참 시간이 흘러 다시 본 '오만과 편견' 의 모든 인물들은 달리 해석된다. 그들의 마음과 행동이 이해가 된다. 그들 모두는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 나도 오만했고 편견에 가득 차 그들을 보았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추앙받으며 영화화되고 오마쥬 작품들도 쏟아진다. 그 이유가 단지 당시의 결혼풍습과 심리묘사, 인간의 어리석음만 잘 표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느꼈듯 독자들은 자기 내면에 가득찬 오만과 편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