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콰마린
백가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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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건사고에 휘말려 억울하게 살다 간 사람들이 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이들을 위한 레퀴엠 같은 것이다.

서울 도심, 청계천에서 잘린 왼쪽 손이 발견되었다. 손가락이 모두 다른 방향으로 꺽여있고 손톱은 아콰마린 색이다. 얼마 후, 대구에서는 같은 색깔 메니큐어가 발린 두 발이 발견된다.
손은 한 목사의 것이었고, 발은 4선에 실패한 전직 국회의원의 것으로 밝혀진다.
잘린 손목의 주인인 목사는 자기가 손목을 잘라 누군가에게 주었다고 한다. 사건은 점점 이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사건에 얽혀 일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아픈 사람들이다. 오십대 중반의 미스터리 사건 전담형사 케이는 과거의 유능한 형사 타이틀이 이제는 너덜해진 채, 우울증약을 달고 사는 초라한 이혼남이다. 경찰5년차 김세영은 25년전 경찰이자 케이의 동료였던 아버지가 실종된 후 줄곧 사건의 진상을 찾아 다닌다. 그 사건에는 과거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간암으로 교도소에서 죽은 김정민의 아들 김현원도 관여 되어있다. 그리고 한때 지독한 운동권이었으나 지금은 바를 운영하는 k 까지.
이상한 사건과 이 사람들 모두의 운명은 과거 같은 시점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간 과거지만 여전히 과거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어떤 법도 그들의 사연과 고통에 귀기울이지 않고 묻어 버렸다. 시대의 아픔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나를 위해 타인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더 큰 굴레를 넘겨버리는 악의 악순환.
아우슈비츠의 잔인한 교도관도 실은 평범한 가정의 가장들이었던 것 처럼 최악의 악은 평범하게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묻혀버린 악을 누군가 나서 처단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박수쳐야 할까? 손가락질 해야할까?

아콰마린은 모든 빛을 빨아 들이는 물빛이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잊혀지지 말아야 한다.
오늘 이 책은 나의 모든 생각들을 멈추게 하고 지금까지 가져왔던 가치관에 의문이 들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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