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월동 낡은 건물의 후줄근한 미용실 그래도 이름은 챠밍이다.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챠밍. 이제는 너무 흔히 사용해서 식상하기까지 한 이름 챠밍 미용실.
이곳은 밤이면 더 바빠진다. 푸른색 불을 밝힌 후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그림자가 없는 망자들이다.

챠밍은 망자가 이승의 사람들 꿈에 나타나거나 저승길에 오르기 전 몸단장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꿈에 나타나고 싶어하는 영혼들은 많다. 아직 끝낼 준비가 안 된 이승의 삶이 억지로 끝나서 그들은 떨치지 못한 미련으로 자꾸만 챠밍미용실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영물이 된 늙은 개도 찾아오고, 엄마아빠가 자꾸 그리한다는 소녀도 자주 온다.
그곳은 도깨비인 복덕방 남자도 자주 찾는 영혼들의 쉼터이다.

어느 날, 용한 영매의 기질을 가진 의명이 그 동네로 이사왔다. 고독사한 할머니를 보고, 살지도 않은 노인과 아이와 말도 하는 경험을 하는데, 판은 챠밍과 도깨비에게 의명을 데려와 영매로서 무기한 종신계약을 맺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가난한 동네의 하루는 고함소리와 울음소리로 가득하다. 지저분한 냄새와 벌레들,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하나하나 다 슬프다. 열심히 살았는 데도 참 복없는 인생들이 안타깝다.
남편을 일찍 잃고 홀로 아이 셋을 키운 할머니는 왜 자식들도 힘들게 하는지, 엄마아빠의 보살핌도 못 받고 자란 소년은 왜 친구들에게 괴롭힘까지 당하는지.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하는데 왜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은 존재하고 그들은 영혼조차 힘든 것인지.

이 책은 상상의 세계이지만 책의 내용처럼 슬픈 사연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차밍미용실 같은 곳은 꼭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라도 위로받고 웃을 수 있길.
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슬픔만 주어야 하지 않는가. 재밌는 책이었지만 인간의 삶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