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를 세상에 가장 크게 알린 건 '제2의 성' 이라는 책과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이다. "제 2의 성"은 그녀를 페미니즘의 대모로 만들어준 여성철학의 대표서적이다. 그녀의 독자적인 여성의식처럼이나 계약결혼도 무척이나 놀라운 사건이다. 지금 시기에도 흔치 않는 일이기도 하고 그 대상이 실존주의의 대가 사르트르 라니. 사르트르 같은 사람이 그녀와의 계약결혼을 했다는 것은 보부아르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여성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놀라운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보부아르의 양녀가 그녀의 편지를 묶고 전후상황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출간되었는데. 그 내용이 보부아르가 17년 동안이나 사르트르가 아닌 다른 남성 넬슨 올그런과 주고받은 연애편지이다. 책에는 보부아르가 보낸 편지만 실려 있지만 오랜 시간 편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보아 그들의 사랑이 무척 깊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쪽의 편지만 있다는 것은 뭔가 불공평하다는 느낌도 든다. 과연 그도 그녀만큼이나 열정을 담아 편지를 썼을지는 궁금하다. 보부아르는 올 그런에게 '남편'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표현은 사르트르에게는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그녀는 올그런에게 온 마음을 다해 애정을 표현한다. 친구, 내 사랑, 남편, 젊은이 , 악어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부르며 자신에게 일어난 하루하루 일과를 공유한다. 무슨 책을 읽고 무슨 일을 했는지. 수영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무엇을 먹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까지. 이것은 편지라기 보다는 매일 그녀의 감정을 분출하는 일기장의 느낌이다. 일기장의 느낌으로 매번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보면 그녀의 글에서 외로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녀는 올 그런이 아니었어도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 누군가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연애편지 임에도 사르트르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등장하고 그러면서도 그의 답장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런 편지를 보는 올그런은 어떤 마음으로 편지를 주고 받았을까? 이들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일반인의 관점으로는 이해가 좀 어렵기도 하다. 올 그런은 미국인이었고 공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어서 더 애틋했을 것이며 언어도 보부아르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쓰여졌으니 새로웠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신대륙 미국처럼 올 그런이 신비하고 낯선 존재로써 늘상 있는 유럽의 모든 것들 보다 더 멋있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사르트르가 여러 여성들을 만나면서 보부아르에게는 마음의 탈출구도 있어야 했다. 사르트르와 지성을 나누었다면 감성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했을테다. 그래서인지 편지에서 그녀의 애정표현은 진하다. 사랑에 불타올라 한 남자만 생각하고 떠올리는 여성의 모습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는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남녀간의 문제에서 제3자들은 그들 사랑의 실체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 보부아르가 그녀의 생에 한순간 온 마음을 다해 마음을 나누고 사랑한 것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