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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역사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Future Publishing 지음, 강영준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5월
평점 :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의 마녀는 늙고 마르고 못생기고 나쁜 짓을 일삼는다. 숲속 음침한 곳에 혼자 살며 커다란 솥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고 그 집에는 고양이나 까마귀 같은 것들이 같이 산다.
이 책은 중세에서 근대까지 피비린내 나는 마녀사냥과 마녀재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다양한 자료, 사진, 그림들이 함께 실려 볼거리를 제공하고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해준다.
과학과 의학에 무지하던 시절.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마녀에게 투사하여 보복하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했다.
마술은 고대부터 존재했고 신화에도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기독교가 발전하면서 마술은 악한 것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마녀로 찍힌 여성들은 변두리에 살며 두세번 결혼했고 의료행위를 하는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 평소에는 괜찮으나 마을에 흉작이나 병이 돌면 표적이 되었다.
또는, 너무 강인한 성격으로 남성에게 위협이 되거나 해도 마녀로 고발당했고, 재산이 많아 몰수하기 위해서, 때로는 라이벌 제거를 위해서도 마녀라는 이름을 팔았다. 심지어 잉글랜드의 왕비 나바르의 잔, 공작부인이었던 엘리노어 코브햄도 마녀로 판결받았다. 어느덧 마녀는 사람들의 단순한 공포의 발현이 아니라 정적제거에도 사용된 것이다.
여기에는 마녀산업도 존재한다. 마녀식별을 생업으로 삼는 자들이 나타났다. 플리커들은 마녀 한명을 유죄로 만들때마다 20실링을 얻다보니 더 열심히 마녀로 판정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을 죽이고 고문하여 수익을 얻는 것이다.
마녀사냥의 왕이라고 불리는 잉글랜드왕 제임스 1세는 이를 왕권강화에 이용하기도 했다.
마녀사냥의 최악의 시기는 신성 로마제국이었다. 종교가 절대적이던 시절 개신교들의 종교개혁은 사회분열을 야기하고 30년전쟁까지 일어나며 사람들의 불안은 힘없는 여성들에게 향했다. 심지어 어린 소녀들도 있었다. 스페인의 바스크, 독일의 뷔르츠부르크 등 유럽전역은 이곳저곳에서 마녀사냥이 행해지며 누군가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데 혈안이 되었다.
신대륙인 미국에서 조차 마녀사냥은 행해졌다. 마녀사냥꾼으로 유명한 매튜 홉킨스는 청교도 집안 출생으로 3년간 300 여명의 여성을 사냥했으며, 매사추세츠주 에서 있었던 세일럼 마녀재판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줄줄히 잡혀가 고문당하고 죽는 참극이 벌어졌다. 당시에는 마녀라고 해서 꼭 여성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에 희생당한 남성들도 제법 있었다.
마녀사냥이라는 이름의 합법적 살인사건은 17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그 시기가 오기까지 너무 많은 힘없는 여성들이 억울하게 죽어나갔다. 그러나 현대에도 마녀아닌 마녀사냥은 여전히 존재한다. 힘이 없거나 정적이거나 약탈할 것이 있는 존재에게 터무니없는 죄를 씌워 몰아간다.
지금 시기에 이 책은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들의 무지함과 두려움, 탐욕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 사회는 어떤지? 되돌아 볼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