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타 로마나 - 천년 제국의 그늘에 가려진 13인의 공주들
김연수 지음 / 젤리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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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들의 이야기는 궁금하다.
남성들의 역사에서 여성들은 설사 황후나 공주라도 변방의 이야기이다. 공주들은 원치않는 정략결혼을 해야할 때도 있고 아버지 황제의 권력의 향방에 따라 생사를 오가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공주라는 특수한 지위가 누릴 수 있는 것도 많고 간혹 그래서 역사에 이름이 남기도 한다.
이 책에는 모두 13명의 공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화속 공주들이 아니라 진짜 실존 인물들이고 후대에 일반독자인 우리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역사에 기록으로 남은 인물들이다. 역사적으로는 좋은 기록으로 남은 공주도 있고 안 좋은 공주로 남은 사람도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공주가 몇명 있다.

대 아그리피나는 조용한 내조의 여왕이었지만 남편과 아들이 죽고 본인조차 비참하게 죽게 된다. 그러나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은 로마3대 황제 칼리굴라가 된다. 아들의 황제에 오른 것이 그나마 죽어서라도 위안이 되었을까?
우리가 잘 아는 네로의 부인인 옥타비아는 원래 네로와 이복남매라 결혼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옥타비아가 다른 집으로 입양까지 하며 강행되었다. 그녀의 이전 약혼자를 죽게 만들고 남동생을 후계자에서 밀려나게 한 네로이니 결혼의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그녀는 결혼기간 동안 네로에게 박대당했고 섬에 유페되었다 사형당했다. 이 여인의 삶은 너무 슬프다
테오도라는 어린시절 언니 조이의 견제로 수도사처럼 삭발당하고 수녀원에 감금까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2200년 로마사에서 드물게 여제자리에 오른 공주다. 혈통으로 오르긴 했으나 여성으로서 한계가 있음에도 정무를 충실히 돌봤다고 한다.

왕실의 여인으로 품위를 지닌 여성도 있었지만 권위만 누리고 평판이 좋지 못한 공주들도 있다.
리빌라는 자신의 욕망과 질투로 남편, 며느리와 조카들까지 죽게하고 악행이 드러나 결국 굶어 죽게 된다. 악행을 일삼는 동안에는 자신의 죄가 언젠가 드러날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모양이다.
좋은 평판을 받았던 대 아그리피나와는 달리 그녀의 딸 소 아그리피나는 욕망의 화신같은 여인이었다. 아들 네로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숱한 정적들을 제거하며 네로를 황제로 만들었지만 그후에도 계속 정치에 깊이 관여하고자 했다. 아들과 사이가 나빠지더니 결국 아들에게 암살당한다.
그런데 비슷한 경우 임에도 인정받는 공주도 있다. 예카테리나는 권력을 쟁취한 후, 성공한 군주가 되었다. 정치에 욕심을 가지고 똑같이 권력을 얻기 위해 악행도 저질렀지만 역사는 승자에게는 후하고 패자에게는 가혹하다.

책에 나온 공주들은 그녀들이 공주라는 출생조건이 아니었더라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일들을 겪는다. 황제의 시대에 왕족이라는 것은 평온할 것 같아 보여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이었다. 물론, 그런 삶은 공주가 아닌 왕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여자라는 성별적 제약이 왕자들 보다 좀더 따랐을 것이고 능력이나 욕망이 있어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얻지 못했다.
그녀들이 현대에 다시 태어나 마음껏 사랑하고 능력을 발휘하며 살았더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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