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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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굉장히 독특한 책이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을 신조어로 만들어 그 새 단어에 사전식 설명을 곁들였다. 그런 단어가 무려 300개가 넘는다.
저자는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언어의 빈틈을 메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라틴어나 고대언어의 어원들을 바탕으로 또는 지금 사용되는 언어들의 변형으로 감정을 더 극대화시킬 수 있는 언어 메이킹이라는 방대한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언어사전인가 하는 생각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마지 각 언어를 제목으로 한 수필 혹은 에세이같았다. 단어에 대한 설명조차 아름다워서 그 단어의 의미가 눈앞에 영상처럼 그려진다.
이렇게 언어를 만들고 그렇게 글로 표현한 존 케닉이 너무 대단하고 이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역자 황유원님도 너무 대단하다. 언어의 맛을 외국어로 번역한다는 것이 엄청난 일이었을텐데 글에서 감성이 진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정말 번역을 잘 하신 것이다.

내가 아름답게 느켰던 몇가지를 들자면
~마루모리-평범한 것들의 가슴 아픈 소박함
~리베르시스-세상일에 신경을 덜 쓰고픈 욕망
~히들드-비밀을 혼자서만 간직해야 한다는 사실에 외로움을 느끼는
~접점의 순간-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 아무도 모를 스치듯 짧은 접촉
~온텐덧훅스-누군가가 자신을 빌요로 한다는 사실에서 원초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루무스-화려한 사회 이면의 가슴아픈 인간성
~제노시네-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
~데뷔-이 순간이 기억될 거라는 깨달음
~올레카-기억할 만한 날들이 얼마나 적은지에 대한 깨달음
~노두스 툴렌스-당신의 삶이 이야기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
~크토시스-우리가 정말로 아는게 얼마나 적은지에 대한 깨달음
읽자마자 내 마음을 울린 단어 11가지이다.

단어를 만드는 과정과 어원들이 우리말이 아니다 보니 단어와 의미가 바로 연결되지 않고 단어숙지가 빨리 안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언어의 차이일뿐 확실한 건
이 책에 나오는 300여개의 감정이 내가 살면서 한번씩 다 느껴보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을 정리해준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마치 의식의 흐름 기법이 잔뜩 장착된 소설책을 읽는 느낌마저 든다. 주인공의 감정적 변화를 읽고 있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가끔 나도 모르는 감정에 이해되지 않을때 나 자신을 이해하고 돌아보고 싶을 때 이 책을 다시 들추어 보아야겠다.
개인적으로 우리말로도 이런 감정어 말모이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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