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읽은 명작동화 시리즈 속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기한 판타지였다. 그런데 나이들어 생각해보니 다중인격을 다룬 아주 심도깊은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대표작인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와 "병 속의 악마" "시체도둑" "마크하임 " 3편의 단편을 더 담고 있고 당시 영국 런던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삽화와 사진도 약간 들어있다. 생각해보면 조선 말기였던 우리나라에 비해 산업혁명이 진행된 영국은 신세계나 다름 없었고 급변하는 시대에 당시 사람들도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지킬의 변호사 어터슨의 입을 빌려 시작된다. 지킬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지만 내면에는 문란하고 타락한 모습이 있다. 그리고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다. 지킬은 실험을 통해 자신안의 악과 추함만을 가진 형태로 하이드를 만들어낸다. 하이드가 된 순간, 그는 평소에 지킬로 할 수 없었던 행동을 하며 쾌락을 느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선한 자아를 잃고 악한 자아와 통합되어 간다. 하이드는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지킬은 점점 하이드가 되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지킬이 될 수 없어지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지금이야 낯설지 않지만 이 글이 쓰여진 시기에 인간이 두 가지 자아를 가진다는 것은 파격적인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간이 적어도 두가지 이상의 자아를 가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내보이며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누구나 하이드처럼 본능에 충실하며 문란하고 충동적으로 살아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결국 이야기는 악을 선택한 지킬을 벌하고 하이드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모든 인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치열하게 수많은 자아들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단편 "병속의 악마"는 사랑스런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마음 아팠지만 좋게 마무리되어 기뻤다. "시체도둑" 은 해부할 시체가 부족하던 시절, 살인 또는 묘지에서 도둑질 해오는 것으로 구해오던 두 사람의 공포 미스터리다. 마지막으로 "마크하임" 에서는 마크하임 이라는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과 치열하게 다툰다. 스티븐슨의 다른 단편들 역시 인간이 가진 이중성과 선.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평범해 보이는 이웃들이 실은 내면에 선.악을 모두 가지고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싸우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고 지금도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