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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SE (초회한정 디지팩,6종엽서 포함) - 2007년 인디영화 최고의 화제작!감독, 주연배우 음성해설수록
존 카니 감독, 글렌 한사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그저 그렇게 만나고 만나는 것.


 


예전엔 만남이란 엄청난 설렘을 동반하는 것이라 믿었다.


온 에너지와 정열을 쏟아 기다리고


설령 그 만남이 흡족하지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평생 잊지 못할" 만남을 "꾸였다."


 


나도 참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생각이 들 때가


절대 이해가 안되던 "조제"의 마음에 동감이 되거나


"원스"같은 영화가 마음에 와닿을 때이다.


 


한때, 즐거운 추억을 함께한 사람이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준 그 사람이 떠오를 때마다


웃음지을 수 있는 여유가 나에게도 온 것일까.


 


영화 "원스"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특별한 멜로라인을 형성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구질구질하게 늘어놓지 않아도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잘 담고 있다.


게다가 함께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성숙하게 자기 갈 길을 가는


어쩌면 가장 일상적인 결말이 더욱 좋은 영화다.


 


죽어도 잊지 못할 목숨과도 같은 사랑이 아닌


살아가다 문득


아, 그때 그 사람과 참 좋았었지..를 떠올릴 수 있는 


한 때의 미덕을 담은 영화. 원스.



참 좋았었는데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그 사람이 봐줬음 한다.


그래도, 당신은 좋은 사람이었고


우린 참 좋았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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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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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9
손석춘 지음 / 들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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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인가"

를 공부하면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는 문제는

"문학의 사회적 기능과 예술적 기능은 융합할 수 있는가."이다.

쉽게 말해

"자체의 예술성을 지켜야 하는가,

예술성을 포기하더라도 사회적 모순을 파헤치는

기능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라는 것인데

나는 문학의 사회적 기능을 옹호하는 편이다.

이유는 단순하게 말하면

사회와 함께 숨쉰 김수영 시인의 삶을 추종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말하면 복잡하기 때문에 하지 않으련다.

한겨레 신문 논설위원인 손석춘씨가 쓴 "아름다운 집"은

논픽션의 형태로 쓴 픽션이다.

일제 시대를 거쳐 북한에 정착한

한 사회주의자의 행적을 ?은 이 소설은

민족과 민중을 위한 그의 고뇌가 그대로 남겨있다.

고백하건데,

내가 사회주의에 관심과 호의를 갖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소설 때문이었다.

읽으면서도 책표지를 자주 들척거렸다.

정말 소설인가,

굳은 신념으로 일관했던 사회주의자의 고백이 아닌가.

속으로는 후자이길 바라고 또 바랬다.

그러기에 현대사 수업 시간에

일방적으로 박헌영을 옹호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최종적으로 순수한 픽션임을 확인했고

그래도 가슴이 뿌듯했다.

소설에서처럼 열린 신념으로 살아간 사회주의자가

어딘가에 존재했음을 믿기 때문이다.

손석춘씨의 소설이, 김수영 시인의 시가

한 사람의 머리와 가슴을 일깨울 수 있다.

이것이 문학이 가진,

일부에서 예술성이 떨어진다고 폄하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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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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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류시화님을 잘 알지 못한다.

이미 어떤 의미에서 아이콘이 되어있을

그 분의 시와 에세이, 번역서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지구별 여행자:가 겨우 3번째 책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와 통하는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나처럼 류시화님은 몇 번의 탄생과 죽음을 버거워한다.

가능한 한 이번 생을 마지막으로 순수한 령으로

돌아가고 싶은 염원이 가득하다.

나의 경우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 염원을 가지고 있었으나

앞으로 몇 십번, 혹은 몇 백번의 삶이 남아있다는 걸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류시화님은 나보다는 순수한 령에 가까이 다가가신 것 같다.

그러기에 하늘은 그에게 예술가,

그것도 보다 순수한 詩人의 삶을 허락하지 않으셨는가.

 

류시화님과 나는 물론 물리적 거리는물론이고

인간적인 거리 또한 만리보다 멀리 떨어져 있으나

전생과 환생, 몇 번의 생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동지감을 느낀다.

그분과는 삶의 이유없는 버거움과 지난 생에 대한 아련한 느낌,

나무늘보로 태어나길 간절히 원하는 後生에 대해서

언제까지라도 속닥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서인지

보통 사람에게는 짜증투성이일 인도의 바가지 상술에 대해

긍정적인 면만 강조한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류시화님의 마음을 가지고 인도를 대한다면

별 무리가 없겠지만

물질과 셈에 익숙한 보통 사람들이라면

보통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나부터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

 

위와 같은 소소한 결함을 제외하고는 꽤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시인 류시화에 대해 잘 알 수 있었고

딱 하나를 고를 수 없을만큼 좋은 말도 많다.

무엇보다 영적인 기운이 가득한 이 책은

물질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을 더 믿는 사람들끼리

친근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열린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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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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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아니기에 평점 매기기 너무 힘들어

무난하게 별 세개로 한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생활하고 있을 누군가보다

훨씬 더 먼 정서적 거리감을 극복하기 힘든

에쿠니 가오리를 만난 건 얼마전이었다.

그녀의 출세작인 "냉정과 열정 사이"를 건너뛰고 만난거라

거리감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에쿠니와 나는 너무 멀다.

 

보고만 있어도 눈부심을 유발하는

"반짝반짝 빛나는"이란 예쁜 제목에 이끌려

일본 여성작가 특유의 맞지 않는 감수성을 예상하면서 봤지만

이건..너무 했다.

 

사실 소재에 이끌린 면도 없지 않다.

게이 남편과 결혼한 여자.

남편의 애인과 함께 만들어가는 삼각관계.

한때 게이와 결혼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과거의 전력이 있었기에 흥미롭게 읽어...

나가려 했지만 이건 당최.

 

아무리 소설이라고 진짜처럼 써야 재미가 있는 법인데

이건 진짜 있을 법한 이야기를 가짜처럼 써놓으니

재미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이 소설의 소재만큼이나 도발적이었던

두 명의 남편을 거느린 아내의 이야기,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폭소를 터뜨리면서 읽었는데.

소재의 문제가 아닌 정서의 문제인 듯.

 

예전 일본소설로서 처음 접했던(작가는 한국계지만) 

유미리의 "가족 시네마"를 읽고

다시는 일본소설을 읽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그래서 하루키도 외면하고 있다가

이제 막 그의 세계에 입문했는데.

일본 소설의 세계는 넓고도 넓구나.

맞지 않은 작가는 알아서 피해가는 수 밖에.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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