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류시화님을 잘 알지 못한다.

이미 어떤 의미에서 아이콘이 되어있을

그 분의 시와 에세이, 번역서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지구별 여행자:가 겨우 3번째 책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와 통하는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나처럼 류시화님은 몇 번의 탄생과 죽음을 버거워한다.

가능한 한 이번 생을 마지막으로 순수한 령으로

돌아가고 싶은 염원이 가득하다.

나의 경우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 염원을 가지고 있었으나

앞으로 몇 십번, 혹은 몇 백번의 삶이 남아있다는 걸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류시화님은 나보다는 순수한 령에 가까이 다가가신 것 같다.

그러기에 하늘은 그에게 예술가,

그것도 보다 순수한 詩人의 삶을 허락하지 않으셨는가.

 

류시화님과 나는 물론 물리적 거리는물론이고

인간적인 거리 또한 만리보다 멀리 떨어져 있으나

전생과 환생, 몇 번의 생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동지감을 느낀다.

그분과는 삶의 이유없는 버거움과 지난 생에 대한 아련한 느낌,

나무늘보로 태어나길 간절히 원하는 後生에 대해서

언제까지라도 속닥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서인지

보통 사람에게는 짜증투성이일 인도의 바가지 상술에 대해

긍정적인 면만 강조한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류시화님의 마음을 가지고 인도를 대한다면

별 무리가 없겠지만

물질과 셈에 익숙한 보통 사람들이라면

보통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나부터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

 

위와 같은 소소한 결함을 제외하고는 꽤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시인 류시화에 대해 잘 알 수 있었고

딱 하나를 고를 수 없을만큼 좋은 말도 많다.

무엇보다 영적인 기운이 가득한 이 책은

물질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을 더 믿는 사람들끼리

친근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열린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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