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사가 병원이란 설정으로 미스테리를 쓴다면 그것만으로도 솔깃할 텐데 <가면병동>은 실제, 현직 의사가 병원을 소재로 썼다는 거에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왠지 병원이란 말도 어딘가 음침한 느낌이 묻어나니 말이다.

외과의사인 슈고.
그는 같은 병원 선배의 소개로 일주일에 한 번씩 요양 병원에서 당직을 서주는 아주 꿀알바를 한다. 혼수상태와 그에 준하는 환자가 많은 요양 병원이라 아침까지 대기만 하면 되는 알바였기때문. 어느 날 슈고는 선배의 부탁으로 선배의 당직을 대신 서기 위해 '다도코로'병원으로 간다.

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갑자기 얼굴에 피에로 가면을 쓰고 총을 든 괴한이 인질(인질인지 아닌지 모르는)과 함께 병원에 들이닥친다. 괴한은 총에 맞은 인질을 치료하라며 총으로 위협하고 순순히 협조하면 새벽에 떠나겠다고 약속한다.
이로인해 원장과 당직 간호사 둘, 슈고, 인질 여성 마나미는 병원에 갇히게 된다.
슈고는 경찰에 신고 하려 하지만 극구 원장이 말리고 그들의 휴대폰을 모두 압수한다. 이에 원장의 행동을 이상하게 느낀 슈고는 원장과 간호사들을 수상하게 여기며 병원의 내부를 몰래 조사하는 한편 병원에서 '비밀 수술'이 벌어지고 있다는 단서를 찾게 되고 인질 여성 마나미와 조금씩 어둠의 비밀을 밝혀 내기 시작한다.

슈고는 하나 씩 밝혀지는 병원의 음밀한 모습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병원내에 존재하는 비밀 장소, 요양병원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최첨단 의료장비들, 그리고 이름도 주소도 가족 관계도 전혀 알 수 없는 신원불명의 환자들만 있다는 것...

대체 이 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원장과 간호사들은 대체 무얼 감추고 있는 것일까...
과연 슈고와 일행들은 아침까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책장이 아주 훅훅 넘어가는 게 긴장을 놓질 수 없게 만든다.
역시 병원의 소재로한 소설은 달라도 먼가 달라~ㅋㅋ
특히 좋았던 건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아서 헷갈리거나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없어서 더 빠르게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설령이 이 병원에서만 이런일이 일어날까? 현실에서도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묵직해진다. 아니, 어쩜 돈 걱정 없는 부자들은 벌써 실행을 하고 있을지도...이런 상황이 무섭기도 하면서 씁쓸하기도 하면서 마음도 아팠다.

인간의 탐욕과 욕심, 이기심은 과연 생을 마감해야지만 사라지는 걸까...
아무런 연고도 없다 한들 의식 불명이다 한들 한 생명이고 맘대로 할 수 없거늘 어째서 그들이 마치 목숨이라도 빚진 것처럼 그런 짓을 했을까...

"그게 뭐 어때서! 난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을 뿐이야!"

그.러.나...만약 내가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할 것인가?? (하아~한숨이 절로 난다.ㅠㅠ)
한편으로 심히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사건이 벌어지는 전개와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사건이란 생각이 더해져 더욱 흥미롭고 몰입해 읽을 수 있다. 밀실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라는 점도 한몫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돈 앞에 무릎을 꿇는 인간의 추악함도 여지없이 보여줬고 분명 어딘가에는 '가면병동'이 존재할 거란 의심마져 들게하는 소설이다. 비록 추리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윤곽을 알아차린 아쉬움은 있지만 밀실과 병원이란 소재의 구성이 좋았고 치넨 미키토의 다음 작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쿠마루 가쿠의 신간 <기다렸던 복수의 밤>
제목만으로도 강렬하다.
표지의 남자 얼굴은 섬뜩한 정도가 아닌 날카롭고 무섭다.
표지속 남자의 모습과 제목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대체 어떠한 일이 있었기에 그토록 복수를 기다린걸까...

책을 펼치자 일단 웃음이 풋!하고 나왔다.
아니, 글자가 왜 이렇게 큰겁니까? 놀랐슴다.(읽긴 편하겠네ㅋㅋ)

책은 가타기리를 비롯해 5명의 인물들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야기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결국엔 가타기리와 연결 되는 이들.
한쪽 얼굴엔 표범 문신이 가득하고 왼손엔 의수를 낀채 교도소를 밥먹듯 들락거리는 한 남자. 가타기리 타츠오. 교도소만 들락 거린 것도 어언 30여년...
그런 가타기리가 찾아갈 곳이라곤 음식점을 하고 있는 친구의 가게 뿐이다. 출소 후 가타기리는 기쿠치의 음식점을 찾아가고 키쿠치는 말없이 그를 받아준다. 그도 그럴것이 기쿠치에게 가타기리는 특별했을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기쿠치의 아내를 보호하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기도 하니까...그래서 더 자기의 책임을 느끼는 것일지도... 또...35년간이나 알고 지낸 친구이기도 하니까...
가타기리도 한 땐 아내와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한 순간의 실수로 전과자가 되고 아내와 딸마져 떠나버리고 그 후론 범죄를 저지르며 교도소를 수시로 들락 거린다.

왜 인생을 이렇게 막 사는 걸까. 처음엔 가타기리의 행동이나 모든 면이 이해가 안됐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일부러 하는 것 처럼 느껴졌고 교도소를 들어가기 위해 자꾸만 일을 저지르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가타기리...

책을 읽다보면 가타기리는 선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아니, 그런 사람이였다.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꿈을 향해 힘들어도 아내와 행복하게 생활했던 사람이다. 그런사람이 대체 왜 이런 험악하고 모든이에게 각인이 될 정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자카야 주인이면서 가타기리의 오랜 친구 사이지만 지금은 서먹해진 기쿠치 마사히로.
가타기리의 딸이지만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릴 때 헤어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마츠다 히카리.
가타기리의 변호를 맞았고 가타기리를 위해 도움을 주려는 나카무라.
남자를 상대로 돈 벌이를 하다 가타기리를 만나고 나서 인생에 변화가 시작 되는 모리구치 아야코.
가타기리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으며 줄 곧 가타기리를 미행하며 나타나는 모자를 쓴 남자 아라키 세이치.(처음부터 끝까지 이 남자가 궁금했는데 결말에서 완전 놀람)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이 해야할 복수를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가타기리.
가타기리는 복수를 위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대체 기다렸던 복수가 무엇인지 궁금해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얼마나 처절할 복수 이기에...

왜 가타기리가 그렇게 복수를 위해 살아 왔는지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까웠다. 충분히 착하게 살 사람이였는데...얼마나 가족을 사랑했는지도 느낄 수 있다. 오랜 세월 오로지 복수를 위해 살아 온 가타기리에게 만큼 복수의 대상은 죽어 마땅한 인물이다.(진짜 인간 말종)
제목처럼 기대하며 결말을 읽을 때는 으응??아니!이건 아닌...?! 하며 흠칫할 수도 있다. 나역시 결말이 썩 아쉬웠으니까...

가독성은 물론 몰입도도 좋았고 흥미롭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결말은 비록 아쉬웠지만 가타기리기 이 남자,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지는 건 나쁜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다닐 때도 싫어했던 역사를 이젠 나이가 조금씩 드는지 역사에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역사에 관심이 생겼지만 내가 알고 싶어하고 관심가는 부분은 고대사나 조선사가 아닌 근현대사다. (역사에서도 편독을 하는 구나~ㅎ)
학교에서도 근현대사 보다는 고대사나 조선사를 많이 배웠다. 책으로 나오는 것들 또한 현대사를 다룬 책들보단 조선사를 다룬 책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알쓸신잡'으로 유시민 작가님께 관심이 갔었는데 마침 내 눈에 <나의 한국현대사>란 책이 띄었다. 딱 내가 관심가지는 시대의 이야기라 고민없이 구입...

이 책은 1959-2014년, 55년의 기록이다.
왜 1959년부터 시작이냐면?? 작가님이 그때 태어나셨기 때문이란다.ㅋ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닌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기에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1959년이면 어찌보면 먼 옛날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나에겐 아버지, 어머니 뻘은 아닌 이모나 삼촌 뻘 정도의 세대이니 과연 내가 그때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지 걱정도 된다.

책은 아주 쉽게 쭉쭉 읽혀 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워서 책을 덮을 정도도 아니다.
단, 한 번에 다 읽기엔 좀 힘듦이 있기에 나눠 읽을 필요가있다.

책은 경제사회 이야기와 정치관련 이야기속에 작가님이 직접 보고 겪은 일들과 느낀점을 첨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

1960년에 일어난 4.19과 5.16에 대한 이야기도 알게 되었고,
특히 4.19혁명은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중이 궐기(벌떡 일어나)해 권력자를 축출하고 정권을 바꾼 위대한 사건이였다고 한다.(역시 국민이 힘을 모으면 못할 게 없다) 이후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63년 제5대 대통령이 된다. 그야말로 제일 오랫동안 권력과 독재를 행한 사람도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정희 집권당시 살아온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너무 많은 억압과 자유가 아닌 자유속에서 반공교육이라는 세뇌를 받아왔고 권력을 내세워 필요에 따라 간첩으로 조작해 무고한 시민들까지 반공죄로 씌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정녕 이런 것만이였겠는가...대통령 선거역시 권력으로 조작해 당선되고...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고~~ㅠㅠ
5,60년대의 사회경제와 내가 알지 못 했던 시대의 역대 대통령들의 행보들을 알게 되니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한 숨과 씁쓸함이 밀려왔다.

내가 어릴 때 잠시나마 겪었던 일과 생각나는 말들이 있다.
'새마을 운동', '잘살아보세', 새벽녘 이장님이 새마을 노래를 틀면 부락민들이 전부 빗자루를 들고 나와 집앞 부터 동네를 청소했고 길거리 지나가다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 걸음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엊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으며, 집에 가는 길에 '삐라'를 주으려고 일부러 산길로만 다녔고, 기생충 박멸한다고 체변봉투 나눠 준 일, 식목일엔 꼭 나무를 심어야했고, 또 애를 너무 많이 낳는다고 해서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가족계획표구도 있었고,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고, IMF가터지고 금모으기 운동이 일어났고, KAL기 사건도 일어났고, 삼풍 백화점이 붕괴 됐고 등등 아~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구나~.(이러고 보니 내가 나이 많이 먹은 거 같네.ㅋ)

그래도 그 시절 민주주의가 아니였을 망정 그 분들 덕에 이만큼 성장했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도 그 시대가 있었기에 가능 했던 것이 아닐까...(그게 다 자기들의 희생과 노력, 흘렸던 피와 땀이라고 하는 어른들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닌 듯.) 나같으면 과연 잘 견디며 살아왔을까싶다.

며칠 전 영화 <택시 운전사>를 봤다.
나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것조차도 모르고 컸다.
어떻게 같은 국민들끼리 처참한 일을 벌일 수 있었는지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정도다. 이런일이 내가 살아 있을 때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는 게 더 끔찍스러웠다. 과연 무엇 때문에? 누굴 위한 전쟁아닌 전쟁이였는가...
그러한 시대가 있었다는 것도 충격일 수 밖에 없다. 너무나도 많은 사건과 일들이 일어났기에 가슴도 아팠고 지금 내가 아무런 제제없이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가 되었고 시민의식 또한 성숙해졌다. 책엔 없지만 작년 광화문 촛불집회만봐도 알 수 있다. 더욱더 성숙한 시민위식으로 후손들에게 미래를 물려줘야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점점 나와 가까운 시대의 사회경제와 사건들을 읽을 때는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가 뿌듯하면서도 여전히 부정부패속에서 터지는 사건들에 분노하고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걱정도 되면서 감정이입이 막막...ㅋㅋㅋ

나는 이 책을 근 일주일을 넘게 봤다.
조금은 지루한 면도 있었고 5,60년대를 이야기할 때는 속도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천천히 조금씩 읽어갔는데 역시 그렇게 읽으니까 낫더라는...
400페이지가 넘고 책도 크고 글자도 빡빡해서 쉬이 읽히지는 않지만 정말 잘 읽었구나~하는 책이다. 불과 55년이라는 세월안에 이렇게 많고 많은 사건과 사고와 말도 안되는 일들이 있었다는 거에 놀랐고 알게 돼서 좋았다.

특히 마지막 '에필로그, 세월호의 비극'은 다시 생각해도 정말 분노와 분통이 터졌던 글이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었고 저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인간이라면 저런 행동과 생각을 할 수는 없는 거라며 분노하게 했다. 몇십 년 전 와우아파트 붕괴, 대연각빌딩 화재,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할철 참사도 탐욕과 부정부패로 사람이 아닌 돈을 섬기는 행태였던 그 때와 과연 뭐가 달라졌는가...
세월호 역시 부정부패, 탐욕이 만든 사고였지않은가...
참으로 가슴아프지 않을 수 없다.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다.

책은 한 번 읽고 끝내버리는 그런 책이 아닌 듯하다.
이 책을 읽었다고 다 기억할 수는 없다. 시간을 두고 다시금 읽어봐도 참 좋은 책인 거 같다. 난 5,60년대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희 작가님의 책<빨간 스웨터><월요일이 없는 소년><얼음 폭풍>을 읽고 완전 빠졌더랬다. 그래서 믿고보는 작가님이다.
팬심에 신간알림까지 신청하며 기다리던차...
<부유하는 혼>이 드뎌 종이책으로 나왔다는 연락과 책을 받았다. 두근두근...

책의 표지를 보자 역시~라며 기대에 찬 맘으로 이리저리 책을 살폈다. 오호~띠지의 문구 역시 내 맘을 설레게 했으며 전율이 쫘악~~

책을 펼치면 차례 뒤편에 나오는 글귀를 읽는 순간 먼가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귀신 가라사대, 사람의 몸은 대문 없는 집.
네 몸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

책은 서울, 가평, 일본의 이야기로 시작한 다음 본격적으로 '그들의 금요일'로 시작된다.

시어머니의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으면서도 정작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오로지 아들 히카루만을 위해 라면집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란코.
어느날 깨어보니 배운적도 가본적도 없는 한국말을 유창히 하게 됐고 힘들어 하는 란코에게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란코의 동료 레이.
어느날 갑자기 살인전과가 있는 곽새기라는 남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강주미, 강나영 의붓자매.
사라진 아내와 딸을 찾는다며 집요하게 쫓는 곽새기(아~이 곽새기 그냥 콰악!)
젊었을 땐 유명한 소설가였지만 지금은 치매로 딸 희주만을 근근히 기억하며 살아가는 노모 와 '아해'라는 닉네임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는 딸 희주.
어린 딸을 목졸라 죽이고 자살하는 곽새기의 아내 이수인.

이들은 어디하나 연관되어 보이는 인물들이 아닌데 책을 읽어갈수록 어?어?하며 하나둘씩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긴장과 싸늘한 먼가를 느낀다.
어떻게 죽은 사람의 혼이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들어와 공존 할 수가 있는지...
이런 신선하고 독특한 느낌의 내용에 쏙 빠져 읽을 수 밖에 없다.
대체 이 사람들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서라도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귀신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지만 남의 몸을 빼앗아 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가는 저쪽의 존재(혼)들의 이야기는 정말 으스스한 느낌과 싸늘한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여름 밤에 읽기엔 아주 좋은 책이다.

'혼'이란 독특한 이야기로 흥미와 재미를 모두 맛보며 몰입은 말할 것도 없고 과연 '혼'이란 게 정말 다른 이의 몸을 빌어 살아가는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편으론 오싹하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고되고 힘들면 다른 사람의 몸 속에서 그 사람인냥 살아가고 싶어할까...하는 마음도 들어 짠하기도 했다.

정신적,육체적,거기다 의처증까지 있는 남편 곽새기에게 매일 구타를 당하며 살던 이수인은 어린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면서까지 딸의 혼과 함께 하기위해 부단히 딸에게 주입을 시키고 다른 이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만봐도 죽어도 딸과는 떨어지지 못함과 더이상은 곽새기의 아내로 살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에 빠져 읽다가 결말에 '어!이거 복수한 거네!' 하며 통쾌한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끝마무리까지 깔끔해서 기분이 더 좋았다.

나는 공포나 미스테리 스릴러를 무척 좋아하는데 어떠한 대상을 내세워 무서움을 주거나 스릴을 느끼게 하는 책들도 물론 좋지만 그냥 잔잔히 흘러가는 이야기속에서 뭔지모를 오싹함과 싸늘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가 더 좋다. 그게 바로 황희 작가님의 책이다. 기존의 책들도 그랬듯이 이번 책도 너무 재밌게 잘 읽었다.

죽음을 통해 새 삶을 찾아가는 이들의 독특하고 신선한 '혼'의 소재로 흥미와 오싹함을 느끼며 빠지다보면 어느새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이렇게 빨리 읽혀도 되는거야!!)아쉽다.

울지 마.
가 버린 건 또 오게 되어 있어. 그게 세상 이치야.
갈 때 올 때 다른 모습이라 그 사람이 내 사람인가 알아보지 못해도
오면 가고, 가면 와.
그렇게 생각하고 살면 울 일도 없어.

죽고싶단 말을 함부로 해서도 안되겠다. 어느 틈에 다른 이의 혼이 올지 몰라...

작가님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 속 소녀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속삭이는 자>와 <이름 없는 자>의 도나토 카리시.
난 이 두 권의 책도 읽어보진 못했다. 그러나 두 권의 평이 워낙 좋아서 이번 <안개 속 소녀>를 먼저 읽어보기 위해 구입했다. 스릴과 공포를 좋아하는 나에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평화롭지만 다소 폐쇄적인 산악마을 아베쇼.
성탄전야에 독실한 종교가정에서 자란 10대 소녀 애나 루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폐쇄적인 마을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사건이라 단순 가출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애나 루의 소식이 없자 범죄의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한땐 스타였지만 증거조작으로 몰락한 형사 포겔이 사건을 맡게 된다. 포겔은 이번 사건으로 명예를 회복하려 또다시 자신의 '감'만을 내세워 한 교사를 용의자로 지목. 언론에 교묘하게 흘려 보내 대중을 선동하고... 그로인해 교사의 인생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도나토 카리시의 다른 책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지만
이책은 중반부까지는 딱히 스릴이나 잔혹한 묘사나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는 그런 정도는 아닌 그냥 무난히 읽혀간다. 앞전의 책들이 워낙 소름돋는 반전에 잔혼한 묘사에 빠져 읽는다고 했지만 이 책은 그런걸 바라고 읽으면 왠지 싱겁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중후반까지 어떠한 진전이나 발견되는 뭔가가 나오지 않다가 용의자를 지목하고 그 용의자를 마녀사냥하듯 몰고가는 후부터는 스토리에 몰입이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애좀 먹었다.(나만 그런가?^^;;;;;)

책은 실종사건 발생 전후에 따른 이야기로 구성된다.
등장인물들의 시간과 시점 변화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는 집중하고 읽을 필요가있다.

지금 현 사회에서도 그렇듯 마녀사냥, 언론과 미디어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소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심코 흘린 정보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데 그것도 일부러 정보를 흘려 그사람을 순식간에 괴물로 만들어 버리다니...
이런 것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또한 번 소설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읽으면서 형사 포겔의 행동에 다소 재수없음을 느끼기도 했고,
포겔에게 맞서는 여검사가 멋있게 보이기도 했으며,
포겔의 뒤에서 묵묵히 포겔을 돕는 형사 보르기의 답답함에 한 숨도 나오기도 했고...
어디를 봐도 용의자처럼 보여지는 교사의 행동도 답답했다.

후반부터는 진도가 꽤나 잘 나간다.
과연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라도 쭉쭉 나간다.(처음 부터 이랬음 더더 좋았을텐데...)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의 반전은 허를 찌르는 느낌?!
헐~세상에~범인이...?!라고 저절로 말이 나온다.
도나토 카리시는 작품마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허를 찌르고 뒤통수를 치는 특급 반전의 미학이라 할 정도로 무시시한 반전을 선사 한다고 옮긴이는 말한다.
그럼 이번에도 성공한 셈이다.

중후반부터 흥미와 몰입을 가지고 읽긴 했지만 언론과 미디어가 대상이 되어 사건을 더욱 흥미롭게 끌고가는 구성이 신선했고 너무 좋았다. 그로인해 대중들의 비난과 욕설, 왜곡으로 한 순간에 한 가정과 한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을 정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사람을 괴물로 만들기엔 언론과 미디어만 한 게 없다. 그래서 무섭다.

분명 이번 책보단 전의 책이 더 흥미로울거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이번책이 재미 없단 건 결코 아니다.^^
<속삭이는 자>와<이름 없는 자>를 꼭 읽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