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천재 작곡가의 뮤직 로드, 잘츠부르크에서 빈까지 클래식 클라우드 7
김성현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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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곡가, 빈을 대표하는 음악가이자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던 모차르트를 만나보았다. 35년을 살아가면서 10여 년 동안 여행했던 그는 길 위에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길 위의 삶'이 어떠했을지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저자의 여행을 눈으로 좇았다. 모차르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저자는 찰츠부르크에서 태어나 빈에 정착하기까지 모차르트가 겪었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일화들, 그의 가족, 교류했던 당대 거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모두 풀어 놓아 위인 모차르트가 아닌 인간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몇 차례나 진행되었던 그의 연주 여행에 대한 글을 보면서 그 옛날, 마차로 여행했을 긴긴 시간을 상상했다. 저자는 모차르트가 여행을 통해 신동 연주자에서 천재 작곡가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 말은 그 뒤에 이어진 모차르트의 행보를 보았을 때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넘어가서 여러 도시를 방문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을 어린 모차르트가 왠지 가여웠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감행했던 일이기는 했겠지만 어린 몸에 무리가 되었음은 틀림없을 것이다. 반복된 여행 때문에 모차르트의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책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모차르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정말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모차르트가 빈에서 텃세에 시달렸다는 것을 누군들 상상이나 했을까. 그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이름이 알려지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고단한 여행 과정, 목숨을 위협했던 질병, 교회와의 대립, 경제 관념의 부재로 인한 궁핍, 말년의 쓸쓸했던 모습까지, 그의 삶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많은 일화 중에 연주 여행에 대한 이야기 못지 않게 성인이 되어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음악가의 신분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18세기, 교회와 궁정에 예속되어 있었던 음악가들의 실상을 들여다보며 이 굴레를 벗어나고자 애쓴 모차르트가 참 외로웠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럴수록 아들의 재능을 키우는데 헌신했지만 아들의 행복보다는 음악적인 성공에 집착했던 아버지 레오폴트의 마음도 짐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정된 삶을 살면서 자신의 곁에 있기를 바라는 아버지와 경제적, 정신적으로 독립하기를 바라는 아들. 이 문제는 여전히 이 시대 갈등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니 시대를 초월해 나타나는 게 당연한 듯 보이기도 한다. 아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면서 아버지는 마음 한 켠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들의 생각을 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레오폴트는 다만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세상을 이해했을 뿐이니 그들 부자가 멀어진 것은 전적으로 그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됐든 아버지에게 모든 걸 의존했던 모차르트가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제 2의 삶을 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경제 관념을 갖게 도와줄 이만 곁에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나 교회와 아버지에게서 정신적으로 독립한 모차르트는 그렇지 못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평안했을 것이다. 비록 그의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어도 후회는 하지 않았으리라.

책을 덮고 생각했다. 어린 모차르트의 눈에 비친 외국은 어떠했을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을 여행길은 어떻게 버텼을까. 사망할 때까지 곡을 썼던, 그의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은 어릴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예전에 오스트리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아름다웠던 성 슈테판 대성당과 배를 타고 가면서 바라봤던 잘츠부르크 풍경 사진을 보며 여행할 당시에는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던 모차르트의 삶을 떠올린다. 책을 읽으며 그의 인생을 일부라도 알게 되니 자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되면 조금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모차르트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이자 그의 장례식이 치러졌던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는 그의 행복했던 모습과 다소 불행했던 말년을, 잘츠부르크에서는 그의 유년 시절을 그려 보게 되지 않을까. 다만 지금은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곡을 구상할 때만은 시름을 잊고 살았으리라 믿고 싶다. 노력하는 천재, 성실한 작곡가였던 그가 음악 속에서 행복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찰츠부르크의 봉건적 질서에서 벗어나 빈의 프리랜서 음악가로 거듭나기까지 모차르트의 길지 않은 35년 인생은 눈부신 성공과 쓰라린 좌절, 영광과 고통으로 가득했다. 그 결정적 단절의 지점을 살피는 것도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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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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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정한 사랑에 대해 묻는 소설.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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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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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때때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 생긴다. 부끄러움, 수치심, 슬픔, 고통이 담긴 기억들은 나의 뜻과는 무관하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서서히 마음을 갉아먹는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이런 기억들을 없앨 수는 없을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런 소망을 품고 살 것이다. 만약 실제로 기억을 제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천국에서 살게 될까. 현실에서 이룰 수 없기에 상상만 하던 일이 소설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 소설의 배경은 나노로봇으로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세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원하는 기억 또한 심을 수 있으니 기억 때문에 괴로울 일이 없다. 경제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과거의 기억을 심을 수도, 제거할 수도 있는 세상. 그곳의 사람들은 수없이 기억을 조작한다.

막연히, 기억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소설을 읽을수록 정말 그럴게 될까 회의가 들었다. 거짓 기억에 매달려 사느라 정작 현실의 삶은 피폐해지는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서 이 같은 일도 중독이 될 수 있음을 생각조차 못 했구나 싶어 씁쓸해졌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 아닐까. 한 가정을 들여다보면서 기억 조작의 부작용을 간접 경험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 상상의 자녀들에 대한 기억을 심고 그 속에 빠져 사는 치히로의 부모는 자신들이 낳은 아이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치히로는 그렇게 철저히 외롭게 컸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지 못하고 자란다.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사랑을 줄 수 없는 이로 컸음은 물론이다. 다들 가지고 있는 행복한 추억이 한 톨도 없는 인생 속에서 그가 한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린 시절의 기억 자체를 지워버리기로 결심하고 특정 시기의 기억을 지우는 나노로봇, 레테를 복용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의 애정 어린 손길, 미소,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이런 것들은 삶을 얼마나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드는가. 이 모든 것에서 배제된 아이가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받을지 신경 쓰지 않는 어른이 비단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체적인 폭력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인 학대가 한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심각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치히로에게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기억을 지우는 레테를 복용했음에도 도리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실제처럼 또렷해진 것. 친한 소꿉친구와의 행복한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그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기억이 사실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어느 날, 기억 속의 그녀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잘못 심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줄 알았던 그녀가 실제로 존재하다니! 그녀는 누구일까. 도대체 이 일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중반부가 넘어서면 제목의 의미를 깨달았다. '너의 이야기'의 뜻을. 치히로처럼 불행한 과거를 가진 그녀, 도카가 선택한 일이 결국에는 치히로와 그녀 자신을 돕는 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잿빛 과거 속에 찬란한 빛을 심은 도카는 행복했을 것이다. 치히로가 그런 것처럼. 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벅찼다. 조건 없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보면서 작가가 삶에 대해, 행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정한 사랑에 대해 묻는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 고통스러운 기억 사이사이 존재하는 따뜻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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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창의적이다 (양장) - 진짜는 빈손들이 만들었다
권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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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창조와 같은 단어를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편견임을 깨닫게 하네요.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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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에서 한 달 살기
김승지 지음 / 블루무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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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와 떠난 발리, 저자는 그곳에서 화려한 관광을 하는 대신 소박한 일상을 살아내며 한 달을 보낸다. 정신없던 한국에서의 일상을 뒤로 하고 낯선 곳에서 여유롭게 현지인처럼 살아 본 경험이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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