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관내분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 로그 + 라디오 장례식 + 독립의 오단계
김초엽 외 지음 / 허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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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이가 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무덤이나 납골당을 찾아 그들을 기립니다. 미래에는 어떨까요.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일은 변함없겠지만 그 장소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관내분실>에서는 고인의 기억을 기록해 제공하는 도서관이 등장합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소중한 이의 모습을 다시 보면서 대화를 할 수 있지요. 어머니의 기억이 기록된 '마인드'가 분실되면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몇 십 년 뒤쯤에는 이런 기술이 생길 수 있겠구나 느끼게 합니다. 신비한 뇌가 어느 정도 연구되고 그에 따른 기술들도 점점 발전하겠지요. 사람의 기억을 시각화해서 볼 수도 있고 생전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대화를 할 때 나타나는 사소한 몸짓도 되살려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가족을 잃은 슬픔이 조금은 덜하게 될까요.

<관내분실>은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입니다. 이 소설을 쓴 김초엽 작가는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얼마 전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동시에 수상할 수가 있었는지 내심 궁금했는데 심사위원들이 응모자의 이름을 모르는 채로 심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럴 수 있겠다 싶더군요. 심사위원들도 나중에 한 사람이 썼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하니 김초엽 작가는 이야기꾼임에 틀림없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그녀가 쓴 것이라 앞으로 계속 응원하고 싶네요. 멀고 먼 곳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우주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SF가 어려운 용어나 개념 없이도 충분히 재밌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수상작품집에는 여섯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SF답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지요. 로봇, 인공지능, 우주여행, 지구 종말 등의 소재를 사용해 우리의 미래를 그려 보이는 각각의 소설에서 거의 비슷한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로봇들이 대거 등장하고 사람들은 사람보다는 로봇들을 더 자주 보며 살아가게 되지요. 확실히 편리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사람간의 소통이 부족해져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힘들어하는 이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미묘하게 변하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 생기는 마음의 병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지금부터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움과 절망 등의 감정에 대해, 인간다운 모습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들이 다음 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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