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종종 몇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다 하려고 하겠지요. 그런데 시간 여행을 하다 죽을 확률이 50퍼센트가 넘는다면 어떨까요. 저는 절대로 안 할 것 같습니다. 아마 대부분이 포기하겠지요. 이런 위험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곰탕>을 읽고 있자니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 구원하기'라는 거창한 목적으로 출발하는 거라면 사명감이 있구나 싶겠지만 이 상황은 그런 숭고한 이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거든요.

2063년의 부산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일명 윗동네에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 쓰나미가 몰려올지 모르는 아랫동네에 삽니다.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아랫동네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든 합니다. 그래서 윗동네 사람들이 과거에서 구해오고 싶은 것을 아랫동네 사람들이 찾으러 갑니다. 몇십 년 전에 먹었던 컵라면, 젊을 때의 사진, 곰탕 끓이는 방법 등을 구해오기 위해서 말이지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치고는 보잘것 없지만 사례금을 받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윗동네로 가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환에게는 아무런 꿈도 없습니다. 사는 데 흥미도 없지요. 그런 그도 시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단지 일하고 있는 곰탕집 사장이 곰탕 끓이는 법을 알아오라고 하니까 그냥 간 겁니다. 사나 죽으나 의미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신기한 일은 함께 출발한 사람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는데 우환은 살아남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원하던 대로 곰탕집에서 일을 하면서 곰탕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되지요.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 미래로 돌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가기만 하면 사례금을 받아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대로 하기만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사람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목숨보다 꿈이 더 소중합니다. 없던 꿈이 생기고부터 우환도 그들과 비슷해졌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하니까요. 과거로 와서 만난 사람들과 이리저리 얽히면서 생겨난 꿈,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그 꿈으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될까요. 레이저 총을 든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살인사건이 줄을 잇고 형사들이 숨넘어가게 사건을 파헤치는 이곳, 2019년의 부산에서 우환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도 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여러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른 이를 해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일까요. 나의 행복이 다른 이의 불행이 되고 다른 이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요. 글쎄요. 눈앞에 닥치지 않으면 모를 일들이지요. 그저 우환의 선택이, 우환과 함께 과거로 온 화영의 선택이, 곰탕집 아들 순희의 선택이 몰고올 일들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생각해봅니다. 무엇보다 뒷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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