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문득 당연한 것이 궁금해질 때 철학에 말 걸어보는 연습 묻고 답하다 2
박연숙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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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철학'이 대단히 어려운 학문인 줄 알았습니다. 두꺼운 책에는 니체, 데카르트 같은 이상한 이름이 적혀 있었고 책을 넘겨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지요. 사촌 언니에게 책 내용을 물어봐도 정확히 얘기해주지 않고 좀 더 커야 볼 수 있는 책이라고만 해서 그냥 어려운 책이구나 싶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대와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주입식 교육으로만 배우니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져서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겹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입니다.  그럼 철학은 철학자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철학하기'라는 것이지요. 나 자신, 타인 그리고 세상에 이르기까지 궁금해 할 대상은 너무나 많습니다.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를 괴롭게 한 친구를 용서해야 하는 것인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청소년기에 궁금한 것들은 너무나 많았지만 속 시원히 대답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안고 사는 사람 또한 많을 테지요. 저 또한 그랬기에 책을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설을 매개로 사랑과 우정, 자유와 죽음 등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 참신합니다. <헝거 게임>을 통해 남의 시선이 자신을 어떻게 조종하는지를 일깨우는 내용이 특히 인상 깊습니다. 소설은 독재국가 판엠에서 국가가 개인을 어떻게 감시하고 지배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게임이라는 오락거리를 지배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권력자들의 술수를  보며 우리 사회는 어떤지 둘러보게 되지요. 권력에 대항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면 주인공 캣니스처럼 지혜를 발휘해 권력을 이용할 수도 있게 될 테지요. 어떤 상황에 처하든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사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이 내게 묻고 철학이 내게 답한다'는 표지의 글이 마음에 듭니다. 철학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면 철학하기가 더 쉬울 테니까요.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생각들을 그동안 너무 딱딱한 테두리에 가둬놓았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이라 성인이 되기 전에 읽어보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과 사회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많이 겪어볼수록 다각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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