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2017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박상순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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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고 먼 미래'에는 미래를 알려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묻고 대답을 듣습니다. 농부의 아들은 커서 농부가 되고, 농부의 딸은 다른 농부의 아내가 된다는 예언이지요. 화자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지금까지와 똑같이 살게 된다는 것에 적잖이 실망합니다. 나아질 것 없는 미래라. 굳이 똑같은 걸 묻고 같은 대답을 들은들 기분이 좋아질까요. 그러다 문득 뛰어가 묻습니다. 오백 년이 지나면 무언가 달라지는지를요. 대답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밝아집니다. 멀고 먼 미래에서나마 달라지는 게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 기뻐합니다. 이 시를 읽고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현실에서는 작은 것이 변하는 데도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가볍지 않습니다. 현실을 노래하고 있는 시가 많은데 밝고 행복한 모습보다는 어둡고 괴로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삶의 고단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비극적인 사건을 애도하며 억압받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태어났으니 끝까지 가보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것일까요. 살아온 대로 조용히 사는 것? 잘못된 부분이 보이지만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으니 눈 감는 것? 어려운 문제지만 이미 생각을 해본 사람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변화를 이끌어가는 선구자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지 않으면 시 속에서 절규하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박상순 시인의 시도 좋았지만 다른 시인들의 시도 좋았습니다. 특히 '멀고 먼 미래'를 쓴 김상혁 시인을 알게 돼 기분이 좋네요. 압축된 언어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시에 오랜만에 빠져 있다 나오니 소설 몇 권은 읽은 듯합니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들을 좀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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