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추억 - 한가람 대본집
한가람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로 보았던 <한여름의 추억>을 대본집으로 만났습니다.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여름을 다시 만나 반가웠습니다. 작가는 여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면서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사랑,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름이 살아오면서 만났던 몇 명의 사람과 직장 동료들의 행동을 통해 한 인물을 바라보는 각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이 결코 같지 않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대본집에는 드라마 대본과 원작 대본이 함께 실려 있는데 드라마에 다 담지 못했던 원작을 보며 여름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쁘고 매력 있던 여름, 이름만큼이나 환했던 여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 그 빛을 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 그녀는 용기 있고 매력적입니다. 지난 사랑을 통해 점점 성숙해가는 그녀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사랑을 잃을까봐 하지 못하는 말들을 합니다. 관계를 정의내리지 않은 채 쉽고 편하게 사람을 만나려는 사람에게 선을 긋는 것도 그녀, 애인이 있음을 숨기고 그녀를 만나던 사람을 더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녀입니다. 외로움에 눈물짓더라도 아니라고 생각한 일은 하지 않지요. 마냥 아름답기만 한 사랑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에 웃음 짓고 아파하는 현실적인 사랑이라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더운 여름을 겪어내면서 짜증을 내다가도 어느새 다가온 가을바람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 뜨거운 햇빛이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한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눈부시고 환한 빛, 여름밤에만 느껴지는 부드러운 바람은 살면서 때때로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사랑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었던 사랑이 끝나고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또다시 다가온 사랑 앞에 슬몃 웃음짓게 되니 말입니다. 아프고 슬펐던 순간들조차 시간이 흐른 뒤에는 설레고 기뻤던 순간들과 함께 추억이 됩니다. 한꺼풀 막을 입힌 듯 약간 흐릿해진 감정들 덕에 우리는 또 사랑을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벗어나고 싶던 그 순간들을 다시 맞이하는 모든 이에게 한여름의 뜨거움과 눈부심이 함께 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