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아늑한 작업실에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거침없이 자판 위로 쏟아붓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했었습니다. 그는 휴식 시간에는 향기 좋은 커피를 마시지요. 아주 예전에는 작가라는 말을 들으면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감탄할 만큼 멋진 책을 쓴 작가는 분명 수입도 많아 아주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고 살지 않을까 했었지요. 너무나 멋지게만 느껴졌던 작가의 삶이 고난의 길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20대에 들어서였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감탄할 만한 글을 써내는 작가들의 상황을 알게 될수록 존경심은 커졌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는 작가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써낸 책입니다. 33명의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에 대한 태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같습니다. 작가들의 이야기, 작가와 에이전트의 관계, 상업성에 대한 논쟁들이 담긴 책이라 글을 쓰는 것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작가들이 처한 현실과 별다를 게 없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도 이러한데 무명작가의 삶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우리나라,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작가의 위치는 불안정하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글을 잘 쓴다고 해서 모두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 또한 필요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대부분의 전업 작가들이 겪는 생활고가 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글만 쓰는 삶에 뛰어들었지만 글을 발표할 기회를 찾을 수 없어 절망하는 이도 있고 바닥난 통장 잔고를 보고 눈물짓는 이도 있습니다. 원고료를 받지 않고 글을 써주면서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 쓰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글 쓰는 일을 포기할 것 같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작가에게 재능기부를 하라고 말합니다. 글쓰는 재능을 사회와 나누라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라고 요구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작가의 생활비는 누가 보장할까요. 굶으면서 글을 쓰는 일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데 말입니다. 운 좋게 재능기부를 하다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작가조차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기회는 돈 대신 훈련과 독자로 보답받는 것이라는 헛된 신화를 믿었다."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보일 기회를 잡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교묘히 이용하는 편집자들이 문제일까요, 생활비가 없어 대출을 내면서까지 글쓰기를 계속하는 작가들이 문제일까요. 이것은 쉽게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글 쓰는 일에 대한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사회적인 인식이 작가들을 더 고달프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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