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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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별다를 것 없으면서도 편안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그 '일상'이 때때로 무료하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 가치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지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반년을 보내고 나서야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순간순간을 즐기겠다고 다짐까지 했었지요.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훗날 반드시 문득 깨치는 날이 있다면, 바로 근심하고 걱정하는 때일 것이다.' 이덕무가  쓴 이 문장을 예전에 봤더라면 아마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슴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문장의 온도>는 조선의 문장가였던 이덕무의 글을 싣고 해석한 책입니다. 그의 저서 중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에서 추려낸 문장들에서 진솔함이 묻어납니다. 지나친 기교 없이 자신이 관찰하고 느낀 바를 담담하게 풀어놓은 짧은 글들을 읽으며 이덕무가 사물을 대하는 자세를 그려봅니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동물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 속에서 존재 가치를 찾으며,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게 공평한 관심을 나누어주었던 그에게 있어 세상은 참으로 신기하고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탐구할 것이 무궁무진한 그의 일상에 지루함 따위는 자리 잡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평온한 나날들은 그것대로, 바쁜 나날들은 그것대로 삶을 사는 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의 글은 평범한 나날을 돌아보게 해주는데,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대단히 많다는 것까지 일러줍니다. 계절별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 묘사한 부분이나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을 표현한 부분을 보다보면 스쳐지나갔던 풍경은 물론 이때까지 만났던 많은 사람들, 그들과 했던 대화들, 분위기까지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참 좋았던 시간이 많았는데 다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이덕무와 보통 사람의 차이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글로 남기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겠네요. 물론 글솜씨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일상 속에서 느끼는 바를 매일 조금씩 써본다면 인생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미지근한 삶의 온도가 이제는 차츰 따뜻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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