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브리타 뢰스트룬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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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를 읽는 동안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가까운 사이라 믿는 사람들의 숨겨진 모습을 갑자기 보게 된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알게 되었을 진실을 조금 빨리 알았다고 생각하면 그 충격이 좀 덜하게 될까요. 평범하다고 믿었던 내 가족, 내 이웃,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만체보 씨와 '나'의 이야기는 파리의 풍경 속으로,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비밀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어갑니다.

너무나도 지루한 일상 속에서 살고 있다면 만체보 씨를 보며 내 얘긴가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30년 동안 반복되는 일상을 아무 생각 없이 따르고 있는 그에게는 특별히 궁금한 것이 없습니다. 그랬던 그가 비밀스러운 임무를 맡게 되면서 변해갑니다. 몇 십 년 동안 지키던 일과와 동선을 변경하면서 자기 주변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나'는 또 어떤가요. 주변에 무신경하던 그녀 또한 특이한 일을 맡게 되면서 뭔가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혹시나 엮이게 되었을지 모를 어둠의 단체를 의식하며 긴장 넘치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알듯말듯 이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서로 알지 못하는 만체보 씨와 '나'를 서서히 엮어갑니다. 이들은 어떤 일에 휘말린 걸까요. 이리저리 추리하지만 결국 알아맞히지 못한 수수께끼는 마지막에 '아~'하는 탄성을 자아내도록 만듭니다. 늘 바라보던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 두 사람, 주변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살피면서 자신의 위치를 바라보게 된 이들을 통해 호기심이 만들어낸 색다른 일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잠들어 있던 생기를 느끼게 된 이들은 이제 타성에 젖어 살지는 않을 것 같네요. 탐정 또는 스파이의 일상을 동경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읽는 내내 기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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