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 덮인 산봉우리와 드넓은 초원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 와이오밍 산골의 한 목장에서 두 사람이 만납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두 사람의 젊음은 푸르른 자연만큼이나 생생합니다. 여름 한철 동안 양떼를 치러 온 에니스와 잭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둘만의 감정을 키워가지만 여름은 아쉽게도 빨리 끝나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 그들은 그리움으로 점철된 인생을 감내하게 됩니다. 영화로 먼저 만났기 때문인지 '브로크백 마운틴'은 책에 실린 11편의 단편 중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절절한 감정을 감추고 살아야했던 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미국 서부의 와이오밍 주를 배경으로 한 단편들을 묶은 책입니다. 이야기들은 거친 자연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마초 기질 다분한 사람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1900년도 초반부터 후반까지 흐르는 그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야생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드넓은 목장을 운영하는 목장주들의 독선적이고 잔혹한 모습은 대를 이어 내려오며 그 지방의 분위기를 형성했고 이는 부드러움이 뿌리 내리지 못하게 만든 배경이 됩니다. 목장, 카우보이, 로데오 경기 등의 소재와 사람들의 어두운 본성이 섞인 이야기들은 어떤 낭만도 허락하지 않은 채 무겁고도 답답하게 다가옵니다. 단, '브로크백 마운틴'에 나오는 애틋한 장면들은 예외로 쳐야겠습니다.

'황량하고 공허한 땅, 포효하는 바람'으로 표현되는 광경은 이 책을 압축해서 설명하는 듯합니다. 섬세함이나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혹독한 자연에 시달리며 자신의 인생과 싸우는 듯한 등장인물들은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나 남성 중심적인 폐쇄적인 사회에서 숨죽이고 사는 인물들이 그곳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못하는 모습에서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고칠 수 없는 일이라면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하던 에니스가 생각나 다시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위안을 주지 못하는 곳에서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독자들은 이들을 통해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고통스러움을 한꺼번에 겪게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