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지우는 세상이 있습니다. <조작된 시간>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그곳은 어디일까요. 없던 죄도 만들어내는 곳, 그곳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일본소설이라고 하지만 억울한 희생자가 일본에서만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벌인 기상천외한 사기극. 그 속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수두룩한 이 땅에서 그 같은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유명한 사업가의 딸이 유괴되고 살해된 후 급히 체포된 용의자는 제대로 변호조차 받지 못한 채 범인으로 몰립니다. 이 과정에서 얽히는 경찰과 변호사, 검사, 판사들의 이해관계가 아주 긴장감 넘치게 묘사됩니다. 소녀가 사망한 시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는 한 청년을 낭떠러지 끝에 세웁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그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한편 사망 추정 시각에 대해 의문을 가진 한 변호사는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진실을 밝히지만 법조계 인사들은 진실을 외면하려 듭니다. 용의자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변호사가 나오는 소설은 여러 번 봤지만 이렇게 재판과정을 자세히 다룬 책을 본 적은 없습니다. 취조과정과 재판과정이 너무나 사실적이라 꼭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자가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딸을 잃은 부모의 무너져 내리는 마음과 살인자를 향한 분노, 자신이 몸담은 단체에 해가 될까 봐 진실을 감추는 비겁함, 가진 것 없고 약하기만 한 사람을 희생자로 삼는 추악함까지 여러 사람의 복잡한 심정을 흥미진진하게 드러내는 글 솜씨에 추리소설을 읽듯이 전개를 예상하며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법조계의 부조리함, 현실의 어두운 면이 눈에 들어와 분노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올곧은 변호사 덕에 숨통이 좀 트였습니다. 이런 사람이 그래도 세상을 희망적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권력을 잡은 사람 중에는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아직은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은 바로 사용될 때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을 똑바로 마주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지도층이 절실한 이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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