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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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형 병원에서 벌어지는 밀실 미스터리. 이 한 문장만으로도 왠지 기대가 됐던 책입니다. 아주 조용한데다 무엇을 은폐하기도 쉬운 곳처럼 보이는 이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책소개를 조금 읽어본 사람이라면 강도와 인질, 의사와 간호사들의 심리싸움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질 겁니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니만큼 전개가 빠른데다 어려운 의학 용어들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독성도 높습니다. 현직 의사인 저자가 자신이 잘 아는 공간을 아주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정신병원의 환경은 아주 열악했습니다. 환자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도 많았고 학대하는 정황도 자주 발견되었지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런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때문에 정신병원은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을 겁니다. 음침하고 으스스한 정신병원이 공포소설이나 공포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말입니다.

이 책의 배경인 요양형 병원도 옛날에는 정신병원이었다는 설정이 으스스한 느낌을 끌어냅니다. 병실 창문에 설치된 녹슨 쇠창살, 1층 계단에 달려 있는 쇠창살로 된 문은 교도소를 연상시키고 주인공이 우연히 발견하는 비밀통로는 병원의 비밀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이곳에 입원한 환자들의 태반은 의식이 온전하지 못하고 보호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병원의 원장은 적극적으로 이런 환자들을 받아들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에로 가면을 쓴 강도의 등장, 부상당한 인질의 수술, 환자들의 응급 수술기록, 비밀 통로 등이 얽히면서 점차 그 이유가 밝혀집니다.

저자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주인공인 슈고를 통해 의료계의 어두운 부분을 조금씩 터뜨립니다. 당장 총을 들이대는 강도도 무섭지만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그에 못지 않게 무섭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이들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그들도 아마 처음에는 가슴이 좀 떨렸을 겁니다. 심한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한 번 두 번 부적절한 일들을 하면서 점점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게 되었을 겁니다. 그러다 마음은 메말라가고 양심은 점점 더 단단한 철갑을 두르게 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삽니다. 본모습을 내보이기 싫을 때 자신의 얼굴인양 얼굴에 뒤집어 쓰는 다양한 표정의 가면들은 정교하지만 생기는 없습니다. 그런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까요. 무엇인가를 감출 때 쓰는 것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가면은 가면일 뿐이지요.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때로는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가면은 되도록이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오래 쓰고 있다가 가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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