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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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표지를 보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입니다. 바람에 살랑대는 레이스 커튼 너머로 아름다운 장미 정원이 보입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감상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풍경이지요. 이곳은 파두아라 불리는 아름다운 저택입니다. 잃어버린 물건들을 수집하는 앤서니의 집이지요. 뒤표지에는 그가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수집하게 된 이유와 40년 동안이나 지켜온 물건들을 비서인 로라에게 맡기게 되는 간략한 줄거리가 실려 있습니다. 

앤서니의 서재는 그의 보물로 가득합니다. 파란 단추, 퍼즐 한 조각, 어린이용 우산, 붉은 루비 그리고 비스킷 통에 든 유골까지 그 종류는 아주 다양합니다. 그냥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하나씩 모으는 그는 사실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그것도 약혼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날, 그녀에게서 받은 물건이지요. 그는 그 물건을 생각하며 분실물들을 '구출'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물건을 자신처럼 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지요. 그는 주운 물건들을 언젠가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언제 어디서 분실물을 발견했는지 자세히 적은 꼬리표를 붙여 놓습니다. 이 꼬리표를 단서 삼아, 아마도 로라는 천천히 물건들의 주인을 찾는 일을 성실히 수행할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어떤 것을 마찬가지로 소중하게 여겼던 한 남자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그의 운명과 얽히게 된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 비서인 로라를 빼놓으면 안 되겠군요. 그녀의 절망적인 인생을 청산한 뒤 나락으로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흐뭇했다는 걸 잊을 뻔 했네요.
물건 속에 숨은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삶의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앤서니가 물건을 잃어버려 심장이 부서졌듯 누군가는 그렇게 고통스럽고 괴로운 나날을 보냈겠지요. 부디 많은 사람들이 '부서진 심장'을 고치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로라의 활약이 기대되네요.

약혼녀 테레즈를 위해 정원에 장미를 심었던 그가 떠오릅니다. 그녀가 떠난 뒤 길고 긴 시간을 그리워하며 지낸 그의 옆에는 이제 테레즈가 서 있을 것만 같네요. 아름다운 사랑과 운명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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