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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포크는 친구 루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습니다. 그런데 20년 만에 만난 마을 사람들은 그를 환영하기는커녕 지나치게 경계하며 그와 말하는 것조차 피합니다. 곧 떠나려고 한 포크는 루크의 부모에게 사건에 대한 진상을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어쩔 수 없이 마을에 남게 됩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가족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사인이 의심스러운 루크의 부모가 경찰인 포크에게 이런 요청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가뭄으로 인해 옛날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어진 외딴 마을. 그곳에서 포크는 과거의 사건과 마주합니다. 친구의 익사 사건과 그를 살인범으로 몰아가던 증거. 그를 마을에서 쫓아냈던 그 일로부터 그는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결백을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던 악몽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요. 포크는 20년 전의 사건과 지금 일어난 사건 사이에 뭔가 공통점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점점 사건을 파헤칩니다. 자살일지 타살일지, 루크가 가족을 죽인 살인자일지 희생자일지 점점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그는 정말 과거의 사건과 무관할까요. 루크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알리며 고향으로 오지 않으려 한 그의 마음을 한 마디로 돌렸습니다. 이 말은 사건을 조사하는 그를 계속 따라다닙니다.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p.18)
이상기온으로 인해 바짝 말라버린 땅, 그에 못지않게 메말라버린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희생양을 만들어내는지 묘사한 글은 흥미진진합니다. 폐쇄적인 마을, 끔찍한 사건, 각자 가지고 있는 비밀은 책을 읽어나갈수록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감춰진 진실이 무엇일지 빨리 알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요.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은 때로 두렵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하고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들여다보고 받아들여야 할 진실. 그것이 무엇이든 알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과거와 현재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사람들이 받게 될 충격은 편견과 오해의 굴레에 매여 고통스럽던 마음을 떠나보내게 할 것이 분명합니다.
거짓말, 죄책감은 비밀, 의심, 진실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소설 <드라이>를 이끌어 나갑니다. 거짓말을 함으로써 가족은 물론 온 마을의 의심을 사게 된 한 소년과 그의 우울한 20년, 그리고 그 이후의 몇 주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했던 일보다는 하지 않았던 일을 떠올리며 후회하곤 하지요. 특히 주변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심하게 자책합니다. '그때 그에게 이 말을 했더라면, 그때 이런 행동을 했더라면.' 이런 말을 중얼거리며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죄책감은 참 무섭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만드는 것으로 모자라 텅 비게 하니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불행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 책 속의 말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그 일에 네 책임은 없어."(p.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