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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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익숙한 책이 나왔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책을 읽어주며 마음을 고백하더군요. '우리는 어떻게 만나 여기까지 왔을까요. 당신의 사랑과 나의 사랑이 겹쳤던 봄날의 모퉁이. 돌연한 기적.' 이 구절을 음성으로 들으니 눈으로만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틋함이 넘치는 두 인물의 눈빛까지 더해져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분홍빛 예쁜 책,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은 사랑할 때 얻게 되는 모든 감정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무엇일까요. 시인이자 여행 작가인 저자는 '사랑'과 '여행'을 답으로 내놓습니다. 그가 전하는 문장들 속에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는 사랑이 숨쉬고 있습니다. 이미 한 사랑, 하고 있는 사랑, 언젠가는 하게 될 사랑이지요. 짧은 글과 사진 속에 담긴 여행, 삶에 대한 시선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여행을 하며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했던 기억을 더듬기도 하는 화자가 꼭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잠깐 시간이 날 때 아무 곳이나 펼쳐 읽든 작정하고 처음부터 한 장씩 넘겨가며 읽든 어느 순간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장마철이어서 당신에게로 달려가는 길, 수국이 정말 세상을 덮을 듯이 피었다. 축복처럼 피었다.' 벅찬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이 문장을 읽으며 세상은 참 신비하구나 느끼던 그때를 떠올립니다. 사랑을 하기 전과 그 이후의 세상은 얼마나 다른가요. 매일 보던 광경이 새로워지고 주변이 온통 장밋빛으로 보입니다. 흐린 하늘도 분위기 있어 보이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짜증나지 않았던 그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웃을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요. 사랑을 하면 행복해지는 것을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사랑 앞에서 우연이라는 건 없다고 믿게 됐어요.'라는 고백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적과도 같은 만남은 우연이라 치기엔 너무나 특별하니까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우리도 이런 만남을 경험하기에 그의 고백에 그렇게나 가슴이 설레나봅니다. 런 감정이 영원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처음의 두근거림을 잊고 서서히 덤덤해집니다. 오해하고 다투면서 슬픔과 불행을 느끼고,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사랑을 느끼며 후회와 그리움의 늪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늪에 빠져본 사람은 압니다. 헤어나지 못할 만한 깊이는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과거의 일은 오래될수록 약간 희미하고도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너무 선명하지 않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기억들이 이별의 아픔을 중화시킵니다. 이별을 할 때면 이따위 사랑 안 한다고 내뱉다가도 다시 사랑이 찾아오면 설레며 잠 못 이루는 우리는 사랑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랑을 하게 되는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빼면 뭐가 남을지 생각하며 책을 들어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따뜻한 글 속에 녹아 있는 설렘과 그리움과 후회가 여전히 마음을 울립니다. 행복한 웃음을 짓던 얼굴이 다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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