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멋진 집에 사는 한 부부가 있습니다. 남편은 패배를 모르는 실력 있는 변호사로, 그 외모는 조지 클루니를 능가합니다. 밖에서는 모든 여자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는 아내에게 순정을 바칩니다. 매력적인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해서 집 안팎을 완벽하게 꾸려갑니다. 요리, 정원 가꾸기는 물론 그림 실력도 출중한 그녀는 못하는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능이 많습니다. 이 부부가 다정하게 함께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완벽한 부부! 사람들이 이들을 가리켜 쓰는 말입니다.
아름다운 아내에게서 눈을 뗄 줄 모르는 잭은 언제나 그레이스와 함께 합니다. 사람들을 초대한 저녁파티에서도 물론이지요. 음식을 내고 식탁을 치우고 디저트를 내는 모든 일을 부부가 함께 합니다. 역시나 사람들은 흠잡을 데 없는 식사에 만족스러워하고 완벽하다며 칭찬합니다. 그런 반응을 보며 잭이 흐뭇하게 웃습니다. 그런데 그레이스의 모습이 좀 초조해보입니다. 연신 남편의 눈치를 살피고 여동생 이야기가 나올 때는 심하게 동요합니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무마하는 그녀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단지 착각일까요.
완벽한 집에서 완벽한 아내와 완벽한 부부로 사는 사람으로 보이고자 노력하는 잭의 모습은 이상하게 섬뜩합니다. 완벽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요. 그레이스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곧 잭의 정체를 폭로하는데 그때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아내만을 사랑하는 남자, 폭력을 당한 아내들을 변호하는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의 이미지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요. 모두가 떠나고 현관문이 닫히면 잭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그레이스에게는 끔찍한 시간이 또다시 시작됩니다.
사람은 때에 따라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 함께 있을 때 같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도 잭처럼 완벽하게 바뀔 수는 없을 겁니다. 모든 사람에게 매력적이고 지적이고 재밌는 사람인 그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그가 변신하는 시간은 1초가 채 걸리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공포를 즐기는 사람, 아내의 고통을 기쁘게 바라보는 사람이 남편이라면 그 기분이 어떨까요. 모든 자유를 뺏기고 골방에 감금된 채 떨고 있는 그레이스.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만으로도 섬뜩해 궁금해 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코 탈출할 수 없는 방에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그레이스는 목숨을 끊을 수도 없습니다. 장애가 있는 동생이 잭의 목표라는 것을 안 이상 어떻게 해서든 안전한 곳으로 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가혹한 벌을 받지만 사랑하는 동생을 생각하며 어떤 수모도 참아내고 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그녀가 대단해 보입니다. 정말 미쳐버리기 전에 그레이스가 무사히 골방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손바닥에 맺히는 땀을 닦아냅니다.
작정하고 숨기면 숨길 수 있는 것이 본성일까요.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는 본모습을 들킬 것만 같습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완벽한 부부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에스터 같은 사람에게요. 그레이스에게는 구원자나 다름없지요. 기막힌 반전이 없었다면 얼마나 비통한 이야기가 됐을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완벽한 사람은 존재할 수가 없는데 사람들은 자신에게 잘 대하는 모습만 믿어버리지요.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사람이 어디 잭뿐일까요. 제 2의 잭, 제 3의 잭이 주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소름이 돋습니다. 언젠가 딱 한 가지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사람의 내면을 보는 능력을 갖겠습니다.
나 잭 좋아해. 잭은 착해. 하지만 조지 쿠니는 싫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