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
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레스토랑에서>는 레스토랑의 문화적 의미를 고찰하는 책입니다.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이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이 공간은 어떻게 변모했는지,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은 어떤 맛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보여주는데 18세기부터 21세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기 때문에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나라를 속성으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던 레스토랑에서 점점 복잡한 요리법을 거친 음식이 등장하고 대중적이던 공간이 고급스러운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레스토랑은 각계각층 사람들이 드나들며 음식을 먹고, 맛을 음미하고, 생각을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손님들, 음식을 주문받고 접시를 나르는 직원들이 있지요. 그리고 손님들에게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는 요리사와 다른 직원들이 있습니다. 말끔하게 정리된 쾌적한 공간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할 동안 주방에 있는 사람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일을 합니다. 말도 못하게 어지럽고 비위생적이었던, 백년도 더 전의 주방을 생각하면 현대 레스토랑의 주방은 천국과도 같은 장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칼과 불, 무거운 냄비 등 주의해야 할 것이 많고 미끄러운 바닥을 조심해야 하는 주방에서 안전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무엇보다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주방직원들이 과거에나 지금에나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때 요리 프로그램에 빠져서 유명한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실컷 감상했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재치 있게 이야기하는 요리사들은 참 멋졌고 갖가지 재료를 재빠르게 손질한 뒤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하는 요리는 예술작품 같았지요. 스튜디오에서, 레스토랑 주방에서, 자신의 집에서 요리하는 그들은 당당해보였고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요리사가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직업이다 보니 초보 요리사 시절에는 다들 고된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기사, 책들을 보면서 설거지, 잔심부름을 거쳐 채소를 다듬고 고기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요리사라는 직업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은 훈련을 해야 합니다. 초보가 바로 칼을 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런 점을 생각하지 못한 채 성공한 요리사가 흰색 유니폼을 멋지게 입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모습만 보고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보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것도 이런 생각을 했던 시절 때문이겠지요. 조지 오웰이 힘들게 일했던 장소인 주방, 모든 음식이 만들어지는 그 주방이 있어 레스토랑은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레스토랑에 가면 주방 안의 풍경이 어떨지 궁금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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