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도도 - 사라져간 동물들의 슬픈 그림 동화 23
선푸위 지음, 허유영 옮김, 환경운동연합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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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후로는 동물원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동물원은 어느 순간부터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우리에 갇힌 채 늘어져 있는 호랑이의 탁한 눈빛을 보며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뒤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호랑이는 숲 속을 달리며 살아가야지요. 호랑이답게 살아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그것은 호랑이뿐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일 것입니다.

멸종되어 가는 동물들을 지켜준다는 이유로, 서식지 외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이유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이 세계 곳곳의 동물원으로 잡혀 들어갔습니다. 인간이 동물 위해 군림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이 책에 나오는 코끼리 루마이가 갓 태어난 새끼를 밟아 죽인 사건은 인간의 오만이 부른 참극이라 할 만합니다. 무리 안에서 코끼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기회를 빼앗아버린 사람들은 이 일이 일어나고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사라진 동물들과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사이사이에 인간이 길들이려 하는 야생 동물들의 처지를 묘사하면서 우리가 동물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동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어른들이 과연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요. 129쪽에 실린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 가슴에 와 맺힙니다. "나는 인간의 권리만큼 동물의 권리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모든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살아가는 공간을 잃은 채 무참히 사냥당해 허망하게 멸종당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길은 더이상 없습니다. 사라지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은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도도새, 아이아이, 안경가마우지가 사라졌듯이 앞으로 너구리나 다람쥐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을 환경운동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에만 맡겨둔 채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그동안의 날들이 부끄러워집니다. 동물이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우리가 설 자리도 그만큼 좁아진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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