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알았어야 할 일
진 한프 코렐리츠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보면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럴 때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가 없을 뿐더러 그때는 어쩔 도리가 없었노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직감을 애써 무시했던 일이 떠오르곤 합니다. 후회되는 일이 사소한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에 해당한다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에 관한 것이라면요. 결혼생활에 위기가 닥쳐와 금방이라도 가정이 깨질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람이 이렇다는 걸 처음에 알았다면.'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그레이스는 사람들이 내면에서 떠오르는 의심을 너무나 쉽게 무시한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심리 치료사로서 자신을 찾아오는 불행한 부부들을 보며 사람들이 잘못된 사람을 선택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이라는 책을 씁니다. '너는 처음부터 그 사람의 단점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그를 선택한 건 너야. 모른 척 하지 마.' 이런 직설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요. 책을 통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미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새 출발을 하면서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머리 좋고 다정하며 환자에게 헌신하는 의사, 이런 사람을 남편으로 둔 그레이스는 남편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런 남편, 사랑스러운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레이스는 자신 또한 불행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은 완벽해 보입니다. 적어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녀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형이 살해당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그 뒤로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몇 마디 나눠 보지도 못한 학부형의 살인 사건은 그녀를 절망으로 내몹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그녀의 남편 때문이지요. 대체 진실은 뭘까요.

연락이 되지 않는 남편을 미친 듯이 찾다가 그레이스는 어떤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녀의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지요. 최고의 남편이라 믿었던 사람을 점점 의심하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지 못했음을 깨닫는 힘겨운 과정을 보면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게 일어날리 없다고 생각한 일이 갑자기 일어나면 그 충격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지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인 그녀,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왜일까요. 작은 의심들을 그냥 묻어둔 적이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동질감을 느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살인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그레이스의 심리 상태를 전달하는 것을 우선합니다. 저자는 그녀가 느끼는 긴장, 공포, 두려움을 함께 느끼며 달리듯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레이스의 남편에 대한 진실에 다가갈수록 입을 다물 수가 없는 만큼 처음보다는 뒤로 갈수록 재미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게 인생이지요. 한 치 앞을 못 보는 대신 우리에게는 직감이라는 것이 있으니 때로는 그 직감을 믿고 선택이라는 것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늦기 전에, 쓰라린 고통에 시달리기 전에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