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방민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서울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읽었습니다. <서울 문학 기행>은 한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서울을 이야기합니다. 한양, 경성 등의 이름을 가졌던 지금의 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로 모든 영광과 굴욕의 세월을 담고 있는 공간입니다. 그간의 세월이 겹겹이 쌓인 이 공간 속에는 무수한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고 이는 문학 속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옛 사람들이 숨 쉬던 공간을 이렇게 공유하면서 우리는 비슷하고도 다른 삶을 또 살아 나가겠지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어 냈던 작가들의 삶 속에 자리 잡은 서울. 이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글들은 재미있습니다. 그들이 태어나고 자라던 모습, 학교에 가고 산책하던 일상, 주변인물과 교류하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나라를 잃은 설움을 글을 쓰며 달래고 지식인의 열정을 불태우며 독립운동에 몸담기도 하던 그들의 삶은 시간이 더 흘러도 여전히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건재하겠지요. 정말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 해설을 보면서 소설의 내용을 떠올리고 그 속에 비친 서울이 이런 풍경이었던가 되새깁니다. 

아무래도 일본 강점기에 남긴 소설을 보면 일제의 폭정을 느끼게 돼 마음이 아픕니다. 그 시절을 보내야 했던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경복궁 앞에 들어선 조선 총독부, 남대문 안으로 들어온 경성부청 등 식민지 도시 형성에 대한 설명을 보면 절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 나오는 경성역과 미쓰코시 백화점,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경성부청과 대한문, 임화의 시, '네거리의 순이'에 나오는 종로 네거리를 보며 무심히 지나쳤던 그곳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뒤에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서 미군 PX로 등장합니다.)

새로운 문물이 밀려들던 1900년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어 냈던 그 시대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갔지만 그래도 삶을 살아냈습니다. 어두운 현실을 헤치며 앞으로 나갔던 그들을 문학 속에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에서 과거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앞으로 문학 속에 남을 우리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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