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곰은 모르는 이야기 신나는 새싹 52
구스타보 롤단 지음, 김지애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여기 꽃처럼 섬세한 감성을 가진 아빠가 있어요.
아빠는 하루 종일 글을 쓰지요.
글쓰기가 끝내면 출판사에 보내기도 하지요. 이런 아빠가 있다면 어깨가 으쓱해질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글이 출판사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네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아빠는 글이 완성되면 제일 먼저 아들에게 들려줘요. 그것도 자기 전에요.

그런데 아빠가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아들은 바로 잠이 들어요. 얼마나 좋은 자장가인지!

아빠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라면서 깨우지만 않는다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문제가 뭔지 아셨나요?

아빠의 글에는 아무런 위험요소가 없어요.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죠.

한 여자가 길을 가고 있는데 그 여자는 서늘한 가을바람에 살포시 감싸여

꽃잎이 흔들리는 것같이 하늘하늘하게 그냥 끝없이 걷는 식이에요.

아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글은 지루한 거죠. 그것도 심각하게요.

 

 

어느날 아빠가 글 한 편을 완성했어요.

아빠가 잠이 들자마자 아들은 아빠의 서재에 몰래 들어가 글을 고치기 시작해요.

인디언도, 외계인도, 늑대인간이나 흡혈귀도 나오지 않고 어떤 재미도 없는 글을

조금씩 손보다가 밤을 꼴딱 새고 말았네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무미건조한 글에 생기를 불어넣은

아들은 글쓰기가 고되다는 아빠의 말을 실감하죠.

아빠는 아침이 되자 늘 그랬듯이 글을 출판사로 보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름답고 훌륭하고 재미있다는 답장을 받았네요.

아빠는 특히 '서정적이고 섬세한 동시에 잔인하다'는 문구가 마음에 드나 봐요.

드디어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끼네요.

 

 

아빠는 자신의 글이 인정받았다는 기쁨을 느끼며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해요.

가장 서정적이면서 가장 잔인한 이야기를 쓰겠다네요.

그런데 어떡하죠? 여전히 지루해요.

아무래도 아들이 또 활약할 일이 생길 것 같아요.

아빠가
쓰고 또 쓰는 글들은 물론 고뇌의 산물이에요. 

하지만 글을 읽는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고전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빠도 자기만의 문학세계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빠가 중시하는 서정성과 아들이 중시하는 대중성이 골고루 섞였으면 좋겠네요.

언젠가는 흥미진진한 글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될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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