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푸른 바다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배에 앉아 느긋하게 바다를 감상하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과는 또 다른 휴식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그 일이 사람이 죽는 일이라면! 편안한 공간이었던 배는 갑자기 고립된 공간으로, 숨이 막히는 공간으로 변모할 테지요. <우먼 인 캐빈 10>은 그런 심리에 초점을 맞춰 긴박한 상황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항해 첫날이 지나고 새벽녘에 로라는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곧 옆베란다에 묻은 핏자국을 보게 되지요. 그녀는 살인을 직감하지만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로라가 살해됐다고 주장하는 10호실의 여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원래 빈방이었는데 거기서 사람을 봤고 살인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말을 믿기 힘든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사실 로라에게는 불안장애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랫동안 약을 먹고 있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지요. 더구나 항해 며칠 전에 괴한의 침입을 받아 그녀의 불안감은 극심한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술을 자제하지 못하는 평소의 습관까지 더해져 그녀의 마음은 폭풍이 이는 바다처럼 요동칩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환상을 본 걸까요. 극심한 두려움이 몰고 온 꿈같은 일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로라는 주춤하지 않고 사라진 여자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나섭니다. 그러는 그녀 앞에 단서가 나타날 듯하다가 사라지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고 행동을 관찰하는 그녀에게 자꾸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배 안의 작은 공간들은 더 이상 아늑한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초호화 크루즈선을 타고 유명 인사들과 만날 기회가 생겨 기뻐하던 그녀는 당장이라도 배에서 내리고 싶어집니다.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멋진 배는 탈출하고 싶은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로라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로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점점 로라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합니다. 내가 분명히 본 사람이 실종됐고 살인자가 내 얼굴을 봤다는 사실, 선실에 누가 들어와 물건을 가져가고 위협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릴 수도 없고 숨을 곳도 없다는 사실이 무섭게 다가옵니다. 그녀가 벌이는 실수들을 보며 실망하다가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다 싶기도 합니다. 항해가 끝날 때까지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점점 걱정되기도 하다가 선실 안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그녀와 함께 폐쇄공포증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방안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오래가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요한 바다 풍경과 고급스럽고 안락한 배라는 공간은 살인사건과 의심, 불안이라는 요소와 대비를 이루며 심장을 졸아들게 합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고 반전이 일어나는 이야기보다 주인공의 심리에 더 눈길이 갑니다. 저자는 믿을 이 하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사람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묘사하는 데 능숙해 보입니다. 스릴러라는 소설에 필요한 장치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긴장을 이끌어 내는 솜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땀을 식히는 내용이 전개되니 잠 안 오는 더운 밤에 읽으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은 좁은 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후유증을 감수할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신중히 생각하고 책장을 펼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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