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지음,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담긴 책을 보면 그런 생각은 더 강해지지요.

물론 동경이 일상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이 항상 좋지야 않겠지요.

하지만 그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 자연은 그저 좋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담장을 허물다>는 고향집에 돌아가 담장을 허물고 주변의 공간을 마당으로 삼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한 장에 한두 줄 쓰인 공광규의 시는 그림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완성합니다.

낡은 기와집을 둘러싼 기울어진 담장을 헐어버리니 탁 트인 공간이 그대로 눈에 담깁니다.

주변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부자의 마음이 점점 넓어지지 않았을까요. 

 

 

텃밭 수백 평, 텃밭 아래 사는 크디큰 느티나무,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

주변 산으로 점점 확장되는 시선의 흐름을 따라 정원은 점점 더 크기를 넓힙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곳,

산토끼와 노루, 멧돼지가 돌아다니는 정원은 항상 새로움을 선사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정답게 연잎을 따 비를 긋고 풍년초 꽃이 덮인 언덕을 쏘다니고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담긴' 연못을 바라보며 마음이 점점 가득 차는 것을 느낍니다.

 

 

내 것인 동시에 모두의 것을 소유하게 된 마음은 어떠할까요.

여유 있고 느긋한 마음으로 언덕을 내려다보고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던 때를 아득히 여길 것 같습니다.

내 마음에 둘러친 담장도 그렇게 허물어뜨렸으면!

마음속으로 꽁꽁 숨어 있었던 날들을 뒤로 하고 좋은 사람들과 그렇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숨통이 트이는 풍경 속에서 점점 긴장을 풀어가는 이들의 얼굴처럼 그런 표정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의 그림은 다색쇄 판화 기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판 위에 그림을 새겨 넣어 종이에 찍은 뒤 다시 다른 그림을 새겨서

찍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이 과정은 인내심과 정성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그렇게 얻어진 중첩된 색깔은 섬세합니다.

선명하면서 고운 색깔들이 수채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그림 작가가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들인 노력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힘든 작업이겠지만 동화책을 만들 때 이런 시도를 많이 해 줬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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