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는 도종환 시인의 산문집입니다. 그의 시 '들국화'에서 제목을 딴 이 책에는 꽃과 새와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삶을 생각하는 저자의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한동안 숲속에서 자연을 벗 삼았던 그의 생활이 녹아있는 글들은 읽을수록 참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이 책에는 자연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슬 맺힌 나뭇잎의 싱그러움, 바람결에 전해지는 소나무향, 빗줄기에 스민 상쾌함이 떠오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밤이 깊어 적막해지면 그윽이 풍기는 매화 향, 베란다 창문으로 물결처럼 밀려오는 들국화 향, 가까이 다가가야 느낄 수 있는 고아한 난향과 옥잠화의 달고 은은한 향기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마주치는 모든 식물과 동물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는 저자는 그저 아름답다 칭하는 것으로 감상을 마치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 깨닫는 작은 이야기들을 조용하게 들려줍니다. 그는 은빛 달이 고요히 뜬 밤하늘을 바라보며 지친 하루를 쉬게 하는 밤을 생각하고 곧 다가올 새벽을 기다립니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그 차고 맑은 기운으로 마음을 꼭꼭 채우며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을 마음에서 털어버립니다.
관엽의 어린 순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허브 잎에서 나는 향을 느끼면서 무수한 것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자신을 느끼기도 합니다. 식물이 햇빛과 물과 흙의 기운으로 살아가듯 우리는 채소, 곡식 등을 통해 살아가는 거지요. 자연 속에서 그 일부로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저자는 참으로 마음이 가벼울 것 같습니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고즈넉한 숲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지쳐있기 때문일까요. 산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눈을 뜬 뒤 나무에 이는 바람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맑은 바람과 밝은 햇살'을 곁에 두고 나무에 맺힌 연둣빛 잎이 초록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상은 얼마나 고요하고도 평안할까요. 어릴 때 시골 친척집에서 보낸 날들이 이런 풍경을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한적한 숲길을 걷고 오솔길에서 만난 다람쥐와 눈을 마주치던 그때가 언젠가는 다시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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