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원은 천천히 아름다워진다 + 당신의 마법상자 필사북 합본 - 전2권
서영아 지음, 다섯시 그림 / 피그말리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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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 즈음에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웃으며 보내던 그 맑은 시절은 이제 아득하기만 합니다. 20대, 30대를 지나오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들은 잊을 만하면 생겼고 외로운 날들은 심심찮게 찾아왔습니다. 옛 일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옵니다. 이 책의 저자가 도대체 언제 자신의 정원이 만발할까 되뇌며 한숨 쉬는 모습을 보니 동지를 만난 것 같습니다.

그리움, 사랑, 절망, 자신감, 믿음, 추억 등 삶을 통해 겪은 일들에 대한 감정을 담은 글을 읽고 있자니 그래도 내게 좋지 않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언젠가는 설레었고 언젠가는 기뻤으며 언젠가는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밝은 일들은 잘 생각나지 않는 걸까요. 좋았던 일보다 괴로운 기억들의 무게가 더 커서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극적인 순간만을 기억하고 소소한 기쁨을 느꼈던 날들은 잊고 지낸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열 일곱의 히아신스, 스물 셋의 예민한 달리아, 서른 살의 수선화와 마흔 살의 장미가 피어있는 저자의 정원을 봅니다. 매년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는 그 아름다운 마음 속 정원에서 그녀는 그녀의 꽃들을 돌보지요. 그때는 그랬지, 그랬었지 생각하며 마음을 위로합니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기에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독일 다른 사람을 기대해서는 안 되겠지요. 어떤 꽃들이 필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미처 살피지 못한 내 정원도 천천히 아름다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웃으면 더 아름답게 꽃 필 그 정원을 때때로 들여다보며 살뜰하게 보살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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