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김민정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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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단편소설집입니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 밝은 분위기의 책입니다. 신기한 것은 기분 좋은 일만 가득한 내용이 아닌데 밝다고 느껴진다는 데 있습니다. 아쉬움, 실패, 사고 등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가볍게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요. 저 정도의 일을 겪었으면 마음을 다쳐서 며칠 동안 앓아누워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은 일도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적당히 넘겨 냅니다. 하지만 모를 일이지요. 독자가 책을 덮은 후에 그들의 세계에서 계속되는 이야기 속에서는 이마를 싸매고 드러누울지 누가 압니까. 어쨌든 한 권을 다 읽은 후 내린 결론은 이런 추측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만 기억하면 충분합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반부에는 다양한 사랑이야기, 후반부에는 비밀을 간직한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낄 법한 설렘과 기대감, 이별의 아픔, 회한 등이 나타나다가 누군가는 느낄 것 같은 비참함, 충격, 복수 등의 감정이 나타나 인생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생각하게 합니다. 발랄한 로맨스, 무거운 치정극, 심장을 조이는 스릴러 등의 요소가 조금씩 섞여 있어 저자의 이야기 다루는 솜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장편소설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사실, 마음에 든 부분은 전반부입니다. 언젠가 느껴봤던 기분을 되살리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낭만적인 신사를 만나지만 거슬리는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차갑게 돌아서는 도도한 아가씨, 동생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동생을 감싸고 사랑하는 청년, 짝사랑하는 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는 배려심 넘치는 올리비에, 잊지 못하던 옛 연인을 만난 뒤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 피에르를 보면서 멋진 로맨스를 꿈꾸던 사춘기의 소녀를,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었던 친구를, 순수하고 눈이 맑던 그 누군가를, 흘러간 사랑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좋다는 진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군인이 휴가를 받아 집으로 가면서 누군가 나를 기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는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힘이 나서 달려갈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해보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던 연애시절의 기분을 끄집어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무수한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이겨가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그 대상이 아내든 남편이든 자식이든 애인이든 말입니다. 갑자기, 멧돼지를 들이박고 아버지의 자동차를 망가뜨린 '부잣집 도련님'이 생각나네요. 사랑하는 이가 정신 나간 짓을 저질렀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번만 용서하지는 마음을 모두가 가졌으면 좋겠네요. 그의 아버지가 부디 아들을 한 번만 용서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호감 가는 인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유쾌했습니다. 사랑의 여러 가지 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 하면서 슬플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지만 사랑이 있어 인생이 풍요롭고 따뜻한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사랑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더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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