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찰스 디킨스 지음, 정의솔 옮김 / B612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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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는 찰스 디킨스의 유작으로, 미완성 추리소설입니다. 19세기에 쓰인 작품이라 그런지 희극이 떠오르는 문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등장인물들은 대화 중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고 약간 과장된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문체라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의 마음을 묘사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매료됩니다. 사람의 외양이나 풍경, 사물에 대한 묘사가 아주 자세해 영화를 보듯 사건을 그려나갈 수 있어 실감났다고나 할까요. 그가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6부까지 연재된 내용은 작가의 죽음으로 인해 미완성으로 끝났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한껏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범인이 공개된 듯한 내용이지만 그가 범인이라는 정확한 설명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말을 여러 가지로 예측했습니다. 몇 명의 범인을 정해놓고 그날의 관객 투표에 따라 결말을 다르게 내는 공연이 아직까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이 작품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고 봐야겠지요.

 

이 이야기는 제목에 등장하는 에드윈 드루드의 삼촌, 존 재스퍼의 대한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성당 성가대의 지휘자로 절제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지요. 아편 중독에 조카의 약혼녀를 넘보는 인물입니다. 조카인 에드윈의 약혼녀, 로사 버드는 사랑스러운 아가씨라 충분히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해서는 안 될 사랑이 있기에 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좀 불편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책의 중반부쯤 되면 에드윈이 사라집니다. 에드윈이 실종되고 그의 시계와 셔츠 핀이 발견되면서 사람들은 그가 살해됐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로사를 흠모하고 에드윈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던 청년이 용의자가 되지요. 존 재스퍼는 조카를 잃은 슬픔을 격렬하게 표현하며 용의 선상에서 벗어납니다.

 

에드윈은 사라진 걸까요, 살해된 걸까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에 그가 살아서 나타난다면 아주 극적인 연출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삼촌이 조카를 살해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누가 범인일까요? 그의 삼촌일 수도, 연적일 수도, 또 다른 적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삼촌인 재스퍼가 범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랑에 빠진 광기 어린 인물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라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여러 군데서 보였기 때문입니다.

 

존 재스퍼는 수도원 묘지의 구석구석을 잘 아는 듯 보입니다. 대성당 묘지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더들스의 열쇠를 가지고 그가 어디론가 갔다 온 것 같은 상황이 있었지요. 그때 어느 깊숙한 곳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요. 시체를 숨겨두기에 적당한 장소 말입니다. 그가 더들스에게 건넨 와인에 무슨 약이라도 들어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말이지요. 시장인 삽시의 비열함을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이 사건에 그를 이용하는 재스퍼의 교활함도 그냥 보아 넘기기 힘듭니다. 이 외에도 그가 보인 여러 가지 행동은 그에 대한 의심을 부채질합니다. 아편굴을 운영하는 여자가 재등장하면서 재스퍼의 숨겨진 행적을 암시하는 와중에 이야기가 끝나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책을 덮으면서 예정됐던 12부까지 진행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은신처에서 생활하는 로사와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그루져스 씨의 온화하고 사려 깊은 후견인의 행보와 대처리 씨가 앞으로 펼쳐나갈 탐정 역할도 무척 흥미를 끌어 그런 마음이 깊어집니다. 완성됐으면 천 쪽이 넘는 분량이었겠지만 길다는 생각을 못하고 푹 빠져 읽는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결말을 상상할 수밖에 없겠네요. 저는 에드윈이 살아서 나타나는 결말과 존 재스퍼가 범인이라는 결말 두 가지로 상상해보겠습니다.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한 가지씩 그려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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